LG전자 "이제 큰 혁신 나오기 어렵다" vs 삼성전자 "틀 깨겠다"
외신기자 "작지만, 매우 큰 차이의 시작" 평가
(바르셀로나=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차기 전략 스마트폰의 혁신에 관해 서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공개하는 새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이 기존 휴대전화의 고정관념을 깨는 전위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 공언한 반면 LG전자는 시장 요구를 귀납적으로 반영해 최대 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G6를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정한 방향이겠으나, 빠른 트렌드 변화와 냉정한 소비자 반응을 특성으로 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머지않아 '나비 효과'를 연상시킬 만큼 큰 차이를 만들어낼지 모를 갈림길에 두 회사가 선 것으로 보인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전시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제 스마트폰 산업은 상당히 성숙해서 이렇다 할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며 "안전성이나 품질 같은 스마트폰 본연의 가치로 접근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그리 크지 않은 혁신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거나 억지로 뭔가를 끼워 넣어 문제를 만들기보다는 가급적 많은 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요소를 제품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아날로그 감성을 전달한다며 소가죽을 뒷면에 덧댄 G4, 누구보다 먼저 모듈 디자인을 감행한 G5 등 실패한 자사 G 시리즈뿐 아니라 배터리 결함으로 단종 사태까지 이른 경쟁사 주력 제품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조 부회장의 발언은 전날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조 사장은 "과거 스마트폰을 기획할 때 새롭고 유니크한 차별화를 추구했다"며 "G6는 메인 스트림 고객이 기대하는 것에서 조금만 더 앞서가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70∼80%의 주류 고객은 복잡하지 않고 간결한 스마트폰을 좋아한다"며 "혁신과 실질적인 소비자 가치 사이에서 고민했고, 그 조화를 이루려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종합하면, LG전자는 비교적 안전한 길을 선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1조 원 이상 적자를 낸 LG전자가 잘하면 '대박'을 낼 수 있고, 못 해도 '중박'은 가능한 제품을 내놓은 것은 영리한 전략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선택한 길은 다르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그렇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곤욕을 치른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통해 전에 없던 혁신을 시도하겠다고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태블릿 PC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오는 3월 29일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갤럭시S8을 동시 공개한다고 밝혔다. 티저(맛보기) 영상에선 파격적인 변화를 암시했다.
영상에 등장한 '당신의 전화를 박스에서 꺼내라'(Unbox your phone), '이것이 전화기다. 지금까지는'(This is a phone. Until now) 등의 문구는 이런 의도를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브랜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차기 전략 스마트폰으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감한 혁신이 무조건 통할 것이라 확신 아래 머뭇거리지 않고 직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시장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지는 미지수다. 성공의 달콤함도, 실패의 쓴 맛도 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MWC 현장에서 만난 일본의 스마트폰 전문기자 야스히로 아마네(山根 康宏)는 "G6는 기존 흐름에서 비스듬히 옆으로 갔다고 보면, 갤럭시S8은 담을 넘어가지 않을까 싶다"며 "작지만, 매우 큰 차이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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