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장관·성직자 등 포함…벤츠 2대 등 화물만 495톤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아라비아 국왕이 왕자들과 정부 각료, 종교 지도자, 군 관계자 등 1천500명의 매머드급 수행단을 이끌고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살만 국왕 일행은 27일 첫 방문국인 말레이시아에 도착, 말레이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7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하고 기타 합작 사업 계약도 체결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 일본, 중국, 몰디브를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살만 국왕의 아시아 순방과 관련, 경제협력 파트너로 가치가 높아진 지역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예측불가능한 미국 정부를 의식한 외교 다변화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국왕 일행이 비행기에 오르내리는데 필요한 2대의 에스컬레이터와 메르세데스 벤츠 S600 승용차 2대, 엄청난 분량의 할랄 식품 등 비행기에 탑재한 화물만 459t에 달한다고 밝혔다.
살만 국왕의 아시아 순방은 사우디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인 미국과의 관계가 미묘해진 상황에서 이뤄져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수십년간 이어진 양국 동맹관계는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사우디의 숙적인 이란과 관계를 확대하면서 외교정책을 둘러싸고 냉각했다.
사우디로선 미국이 변함없는 핵심 우방이지만 서방 일변도 동맹관계를 확대, 심화하고 자주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사우디는 대 이란 강경 노선을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적극 환영한 국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미국의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이 사우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9.11 소송법' 등 양국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살만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미국 방문에 앞서 사우디의 의중을 미국 측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아시아 순방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우디 전직 외교관인 압둘라 알샤마리는 "사우디 외교정책이 활력과 자신감을 더 갖기 시작했다"며 "트럼프 정부와 우호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 '당신들이 우리 친구인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대안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방문국에 포함된 것은 이슬람 신자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두 국가와 관계를 심화하겠다는 살만 국왕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이들 국가와 관광과 기타 사업 분야의 협력 확대를 모색할 예정이다. 국왕 일행은 또 인도네시아에서 동남아 최대 이슬람 사원 가운데 하나인 이스티클랄 사원을 방문하고, 발리에서 휴일을 보낼 계획이다.
일본과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사우디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지만 사우디는 2014년 시작된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경제 다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는 살만 국왕의 방문을 통해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물류, 운송, 건설,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협력을 끌어내고 투자 유치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살만 국왕이 다음 달 12~15일 일본을 방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나 사우디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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