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도 상권 위축 이유로 동성로 반대…3·1절 설치 때 충돌 우려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대구 민간단체가 만든 '평화의 소녀상'이 2개월 넘도록 설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설치 장소와 시기를 두고 민간단체와 행정당국이 수차례 이견을 조율했으나 합의점 찾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단체는 오는 3월 1일 당초 계획대로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에 소녀상을 세우는 것을 강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상권 위축 등을 이유로 주변 상인 반대도 심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시민 성금으로 만든 소녀상 설치를 위해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4차례 중구와 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추진위는 "유동인구가 많고 과거 일제에 저항한 현장인 동성로 광장에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는 의견을 수차례 내놓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89)도 "역사를 바르게 알리기 위해 역사적 의미가 있는 동성로에 소녀상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구는 도로법상 소녀상이 도로점용 대상에 들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신 동성로 인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중앙도서관 구간, 3.1운동길 주변 쌈지공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추진위는 자체검토 끝에 쌈지공원 등 2곳은 소녀상을 세우기에 부적절한 곳이라고 거부했다.
또 시민 1만 명에게서 받은 서명을 전달하며 "백화점 앞 광장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동성로 광장∼한일극장 사이 쉼터에 세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양측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협의에서 중구 2·28 기념중앙공원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2·28 공원은 1960년 2월 28일 대구 학생 민주화 운동을 기념해 2003년 12월에 조성한 시민 휴식처다.
추진위가 설치를 계획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약 220m 떨어진 곳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구시가 2·28 공원에 소녀상을 세우기 위해선 '동상, 기념비, 조형물 설치 심의위원회' 심의 등 절차가 필요해 3·1절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밝혀 모든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시 관계자는 "소녀상 건립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보통 5개월 정도 걸리는 행정절차를 2개월로 단축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추진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지난 2개월여간 협상에서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자 3·1절에 소녀상 동성로 설치를 강행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중구뿐만 아니라 동성로 상인 반대도 만만치 않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성로 상인은 상권 위축 등 문제를 거론하며 일찌감치 소녀상 설치를 반대했다. 게다가 추진위가 강행하면 중장비를 동원해 막는다고 한다.
중구도 추진위가 독단으로 설치하면 절차에 따라 철거할 방침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도로법상 동성로에 소녀상을 세우는 것이 어렵다고 해 중구에 소녀상을 기부할 의사도 있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소녀상 때문에 관광객이 줄어든다는 상인 주장도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작년 1∼12월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에 나섰다. 시민 2천여 명이 참가해 7천200만원을 기부했다.
추진위가 제작한 소녀상은 받침대를 포함해 가로 2m, 세로 1.6m, 높이 1.23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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