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적 대학문화 거부 '당당한 아싸' 문화 바람 꿈틀

입력 2017-03-01 08:33  

권위적 대학문화 거부 '당당한 아싸' 문화 바람 꿈틀

주변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않고 나만의 대학생활 꿈꿔

전문가 "개인화 흐름의 한 부분, 관계단절은 불행초래"

(전국종합=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저 스스로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의 길을 택했습니다. 학과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 말고도 할 일이 많아요."

매년 3월이면 신입생들은 풍운의 꿈을 안고 대학 문턱을 넘는다.




이미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OT), 새내기캠퍼스 등을 통해 친분을 쌓은 학생들은 학내에 모여 웃음꽃을 피운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동떨어져 귀에 이어폰을 꽂고 혼밥을 먹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시끌벅적한 강의실에서도 혼자 책 속에 얼굴을 묻거나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른바 '아싸'로 불리는 학생들이다.

아싸는 '아웃사이더'의 준말이다. 통상 무리와 섞이지 못하고 밖으로만 겉도는 이들을 가리킨다.

아싸들은 '성격적 결함이 있다'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편견에 휩싸여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한 번 '인싸(인사이더)' 무리에서 벗어나면 그들과 다시 어울리기 쉽지 않다.

학생들이 눈에 불을 켜고 학기 초에 예정된 OT나 각종 모임에 참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최근 획일화한 대학문화를 거부한 채 자신만의 대학생활을 영위하려는 '당당한 아싸'가 늘고 있다.

군대에 가까운 권위적인 대학문화와 대학가 술판 같은 행태가 싫어 당당하게 아싸를 자처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대전에서 대학에 다니는 A(21·여)씨는 2년째 학과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친목 도모를 위한 행사나 술자리에 들이는 시간이 아깝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학기 초에 선배들은 '다나까'를 써서 선배의 질문에 답하라고 했다. 선배들을 대할 때 시선을 처리하는 법도 알려줬다. 이런 경직된 문화가 싫다. 그래서 학과 행사나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 그 시간에 공부해서 지난해 학과 내 성적 1등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로부터 '왜 학과 행사에 참석을 안 하느냐'는 핀잔을 듣고 눈치도 받지만 개의치 않는다"며 "다 함께 어울리며 좋아하지 않는 활동을 하는 것보다 관심사가 같은 소수의 친구와 지내는 게 더 좋다"고 털어놨다.




아싸는 더는 소수가 아니었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친구 없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친없카)'가 개설됐다.

동질감을 느낀 2천여 명이 카페 회원으로 가입한 이 카페에는 아싸들의 글이 수만 건 게재됐다.

주로 '남들은 되기 싫다고 하는데 솔직히 아싸가 되고 싶다. 어차피 취업의 발판으로 다니는 대학에서 술 마시러 다니는 시간이 아깝다. 마음 맞는 대학 동기들도 어차피 사회로 나가면 '지인'일 뿐이지 않으냐'는 글이 이어졌다.

글에 댓글도 수십 건 달렸다. 공감하는 댓글과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 찍힐 것을 우려한 댓글이 공존했다.

다수는 인싸 무리에 이끌리기보다 '나만의 대학생활' 설계를 조언했다.

아싸는 대학 내에서 음지를 맴도는 우울한 존재가 아닌, 양지로 나와 나름 즐거운 대학생활을 꾸리려는 구성원으로 변화했다.

전문가들은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옮겨가는 현상이 현시대의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아싸는 혼밥, 혼술 등 혼자 하는 문화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드러난 존재들이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더는 밥을 혼자 먹거나 혼자 강의를 들으러 가는 걸 비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주의가 확산하면서 생겨난 트렌드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대학은 지식만을 습득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와 가장 근접한 위치에서 대인관계도 배우는 장소다"며 "학과 생활이 맞지 않는다면 동아리나 사적 모임 등을 만들어 대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관계의 단절은 고립과 불행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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