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연합뉴스) 이정훈 박정헌 기자 = 전국 농아인 500여명으로부터 280억원 가량을 뜯어내는데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농아인 투자 사기단 '행복팀' 간부들에 대한 1차 공판이 28일 오전 열렸다.
창원지법 제5형사단독 송종선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은 여느 재판과는 진행과정이 달랐다.
전·현 총책이나 지역별 대표 등 행복팀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피고인 7명 전원이 청각장애가 있고 말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농아인이다.
방청객 40여명도 대다수가 농아인이었다.
법원은 재판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수화통역사 2명을 배치했다.
재판 개시에 앞서 수화통역사들은 허위통역을 하지 않겠다고 선서했다.
방청석에는 별도로 법정에서 오고 간 내용을 방청객들에게 전하는 수화통역사 1명이 머물렀다.
수화통역사는 판사가 피의자들에게 묻는 내용, 판사질문에 대한 피고인들 답변, 검사가 밝힌 공소사실 요지 등을 모두 수화로 통역했다.
평소 재판 때는 금방 끝나는 이름, 주소, 직업 등을 묻는 인정신문도 수화통역을 거치다 보니 20여분가량 걸렸다.
검사들은 수화통역이 쉽도록 문장을 끊어서 짧게 하는 방법으로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했다.
송 판사는 피고인들이 전부 장애인인 점을 고려해 "의견진술권을 충분히 받아들이겠다"고 재판 도중 강조했다.
송 판사는 또 변호인들이 피고인들을 접견할 때 필담으로 의견을 나눈다고 하자 "접견할 때 법원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해달라"고 제안했다.
첫 재판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 '행복팀' 사기사건 피해자들과 가족 120여명은 창원지법 맞은편 도로에서 '행복팀' 관련자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피해 사연을 풀어내거나 행복팀 간부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자유발언을 했다.
앞서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는 재판에 넘겨진 행복팀 간부들에게 최고형 구형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창원지검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농아협회 회원 7천여명이 서명했다.
앞으로 농아협회는 행복팀 관련 대책위를 꾸려 피해신고, 보상책 강구 등 활동을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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