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옥"…군함도에 끌려간 조선인들

입력 2017-02-28 14:18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옥"…군함도에 끌려간 조선인들

민족문제연구소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일본 나가사키 항에서 약 18km 떨어진 곳에 작은 섬 '하시마'(端島)가 있다. 야구장 2개 크기의 이 섬에는 1916년 미쓰비시가 세운 일본 최초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멀리서 보면 건물들의 모습이 마치 군함 같다고 해서 '군함도'로도 불리는 이 섬에는 해저탄광이 있다.

미쓰비시는 이곳에서 조선과 중국 등에서 강제 동원한 노동자들을 이용해 석탄을 캤다. 그리고 일본은 하시마가 '비(非) 서구지역에서 최초로 성공한 산업혁명 유산'이라는 이유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수많은 조선인이 끌려와 탄광에서 강제노동했다는 사실은 숨겼다. 국내 시민단체들은 하시마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며 맞섰지만 결국 2015년 하시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기획한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생각정원 펴냄)은 원폭 피해자 2, 3세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군함도 현장을 찾아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강제동원 과정 등을 직접 취재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당시 하시마에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는 그곳에서 일한 전체 노동자의 3분의 1 수준으로, 책은 1943∼1945년 500∼800명의 조선인이 하시마 탄광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바로 옆에 있는 섬인 다카시마의 탄광까지 합하면 1945년에 약 1천300명의 조선인이 이 지역에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 중에는 14∼15세에 불과한 소년들도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배고픔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이 일한 해저탄광은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 일본인들은 그나마 안전한 곳에서 일했지만, 조선인들은 높이가 50∼60cm밖에 안 되는 좁은 막장에서 거의 누운 채로 하루 10시간 이상 석탄을 캐야 했다. 마실 물도 부족해 갱내 지하수를 먹어야 했지만, 화장실이 없는 갱에서 지하수는 이미 배설물로 오염돼 있었다.

하시마에서는 극심한 차별과 모진 고문도 일상이었다. 일종의 '본보기'로 하루에 조선인 두세명이 광장에서 군대용 가죽 허리띠로 의식을 잃을 때까지 맞았다. 의식을 잃으면 바닷물을 퍼붓고 지하실에 집어넣었다가 다시 일을 시켰다.

여성 위안부는 이곳에도 있었다. 갱부들의 가동률 향상과 도주 방지 등을 이유로 운영한 3개의 기업 위안소에는 조선인 여성도 있었다. 사망자 기록에는 조선인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록도 있다.

사방이 바다라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도 없었다. 편지도 쓸 수 없었고 고향의 가족들에게는 돈도 제대로 가지 않았다. 하시마의 노동자들에게 하시마는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끝없는 지옥과 같았다.








군함도의 사연은 2015년 일본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로 주목받기 시작해 지난해 MBC '무한도전'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군함도'를 소재로 한 한수산 작가가 소설 '군함도'도 출간했고, 올여름에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가 개봉 예정이다.

책은 이 밖에도 현장 취재와 인터뷰, 피해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일본의 강제동원 100년의 역사를 정리한다.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역에서 일본의 군수품 조달에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됐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 하이난에서 태평양 파푸아뉴기니까지 수많은 조선인이 일본군에 강제 징병 되거나 강제동원돼 노동해야 했다. 일부는 전범이 되어 처벌을 받았지만 일본으로부턴 어떤 배상과 사과도 받지 못했다.

프롤로그를 쓴 조한성 민족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강제동원 100년의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적인 노력은 진실을 기록하고 과거를 기억하는 데 있다"면서 "우리는 이 책으로 진실을 기록하고 과거를 기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들과 일본의 시민운동가 등이 집필에 참여했다. 496쪽. 1만9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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