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강만수, 사업성 없는 업체에 투자하라고 압박"

입력 2017-02-28 16:39  

남상태 "강만수, 사업성 없는 업체에 투자하라고 압박"

"대우조선 경영관리 명목으로 압박…'민·형사상 조치'도 언급"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대우조선해양 실무진이 사업성을 이유로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는데도 강만수(72·구속기소) 전 산업은행장이 여러 차례 이 회사에 압력을 가하며 특정 업체에 투자하라고 종용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남상태(67·구속기소) 전 대우조선 사장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 전 행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 회장이 2011년 대우조선 목포조선소를 방문했을 때 처음 '바이올시스템즈'에 관해 언급했다"고 밝혔다.

남 전 사장은 "강 전 행장이 당시 자신이 잘 아는 기업이 새로운 에너지 사업을 하는 데 좋은 기술을 가졌다고 언급했고, 이후 그 업체의 회사 이름이 바이올시스템즈라고 알려왔다"고 진술했다.

이어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에서 (바이올시스템즈에) 관심을 가져 보라'고 말했고, 투자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남 전 사장의 진술에 따르면 대우조선 경영전략실 실무진에서 바이올시스템즈 투자를 검토한 결과,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지만, 남 전 사장은 본사와 계열사를 통해 각각 5억원씩 총 1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이후에도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에 대한 경영관리 강화를 명목으로 조직과 인력 운영, 노사관리까지 산업은행과 사전 협의하라고 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는 게 남 전 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남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강 전 회장이 '개인비리를 감사하겠다'고 압박하고 민사·형사상 어떤 조치든 취할 수 있다며 압박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이 같은 내용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정당한 투자였다는 강 전 행장의 주장에 관해 남 전 사장은 "우리(대우조선)가 관심 있던 신에너지 사업은 풍력이나 태양광이었는데, 바이올시스템즈는 이와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전 행장은 2011∼2012년 남 전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 지인인 김모(구속기소)씨가 운영하던 바이오에탄올 업체 바이올시스템즈에 총 44억원을 투자하게 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구속기소 됐다.

한편 남 전 사장은 20억원대 경영비리와 5억원대 회삿돈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강 전 행장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부탁하며 그 대가로 바이올시스템즈에 투자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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