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인솔교사 모두 발견 못해…교육청 "비상벨 등 안전시설 없어"
(광양=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전남 광양의 한 어린이집에서 원생이 수십분 동안 통학차량에 갇혔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다행히 해당 어린이는 행인의 신고로 곧 구조됐지만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특히 지난해 7월 광주의 유치원 통학버스에 4세 어린이가 폭염 속에 갇혀 있던 사고가 발생한지 7개월만에 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 그동안 교육당국의 관련 사고예방 대책을 무색하게 했다.
28일 광양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광양의 H 어린이집에서 원생 A(7)양이 45인승 통학버스에서 내리지 못하고 30여 분 동안 갇혔다.
A양은 이날 오전 9시 24분께 버스에 타 잠이 들었다.
버스가 어린이집에 도착한 뒤 인솔교사 B(26·여)씨는 잠든 A양을 발견하지 못한 채 다른 아이들만 하차시키고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버스 기사 C(63)씨도 A양을 발견하지 못하고 버스를 주차한 뒤 문을 잠그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잠에서 깬 A양은 30분 넘게 차에 갇혀 있다가 지나가던 행인이 차에서 나는 울음소리를 이상하게 여기고 유치원에 알리면서 구조됐다.
당시 차 유리창에 선팅이 짙게 돼있어 밖에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어린이집은 이 같은 사실을 관할 교육청에 알리지 않다가 A양의 학부모가 항의하자 지난 23일께서야 뒤늦게 보고했다.
조사에 착수한 교육지원청은 어린이집 측이 통학버스에 비상벨과 정차를 알리는 날개형 안전시설물 등을 설치하지 않은 채 운행한 점을 파악했다.
광양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사건 발생에 대해 관련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어린이집 등에 관해서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 행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광주에서는 유치원에 등원하려고 통학버스에 탔던 4세 어린이가 폭염 속에 8시간 넘게 방치돼 의식 불명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유치원 인솔교사와 버스기사, 주임교사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돼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시교육청은 이후 유치원을 폐원 조치했지만 법원이 유치원 측의 폐쇄명령 집행 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취소됐다.
이에 따라 최근 인솔교사가 유치원 통학버스에 동승했더라도 어린이가 사고로 크게 다치면 관할 교육청이 유치원 폐쇄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유아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가 2015년부터 13세 미만 어린이 통학차량에 동승자 탑 의무화한 일명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을 시행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kj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