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가라…싱싱한 청춘으로 돌아가는 50+인생학교

입력 2017-03-01 08:15  

꼰대는 가라…싱싱한 청춘으로 돌아가는 50+인생학교

정광필 서울시 50+인생학교 학장 "마음 비우고 동무 만들고 야성 되살린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꼰대' 물이 빠진 대기업 퇴직자는 다른 회사에 국내 조직 총괄로 영입됐다. 무기력했던 현직 교감은 에너지를 얻고 공모 교장에 도전했다. 국책은행 전직 지점장은 서울 구석구석을 정원으로 바꾸는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시 50플러스캠퍼스 인생학교 수료생 중에 이처럼 기대치 않던 재취업을 하거나 새로운 일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고 정광필(58) 학장은 전했다.

정 학장은 1일 "50+인생학교를 거치며 일을 평가하는 잣대가 달라지니 선택 폭이 넓어진 데다가 '꼰대'에서 벗어나 같이 일할 파트너로서 매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50+인생학교는 서울시 50+세대(만 50∼64세)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이우학교 교장을 지낸 교육운동가 정광필씨가 학장으로 있다. 정 학장은 2003년 분당에 도심형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를 세우고 초기 기반을 잡은 바 있다.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시작해 2기 수료생까지 배출했으며, 올해는 중부캠퍼스에도 개설된다.


50+인생학교는 일회성, 일방통행식 노후대비 교육과는 다르다. 새로운 체험, 새로운 관계 맺기로 삶을 바꾸는 '학교'다.

커리큘럼도 ▲ 어쩌다 만난 예술 스토리 메소드-영화, 연극 ▲ 상상하는 모든 것을 함께 할 커뮤니티 등 제목만으로 내용을 가늠하기 어렵다. 정 학장 말에 따르면 '마음을 건드리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 학장은 "논리적 접근으로는 사람이 잘 바뀌지 않는다. 여리고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서 50여년 살아온 내가 누구인지, 내가 내 인생을 살았는지부터 생각해보도록 해야 하는데 그 매개가 예술이다"라고 말했다.

50줄에 들어선 수강생들은 영화 건축학개론 본 뒤 누구나 가진 '첫사랑 추억'을 소재로 서로 인생을 돌아보고, 연극을 하며 몸으로 부대꼈다. 그러다 보니 난생처음 본 동기들은 학교 친구, 남은 인생 동반자가 됐다.

그는 "자기 얘기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수업 몰입도가 대단했고 학기 마지막 소감 발표 때는 의례적 주례사 같은 말은 한마디도 없이 진솔한 이야기들이 예정시간을 넘겨서까지 계속됐다"고 전했다.

그는 "10∼20년 대충 더 살면 되는 게 아니라 살아온 만큼 더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 다들 고민이 깊었는데 드러낼 기회가 없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학장은 인터뷰에서 '싱싱하다'와 '야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꼰대가 아니라 싱싱한 청춘같은, 야성이 살아있는 '신장년'. 건강하고 긍정적 에너지가 있는 50+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비슷한 역사적, 사회적 경험을 가진 50+세대가 자리를 잘 잡아서 세대 간 갈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그렇게 60∼70대까지 가며 좋은 노년상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생학교에서는 꼰대 기미가 보이면 경고가 들어간다.

정 학장부터 솔선수범했다. 수강생 번개 모임에서 학장이 왔다고 한 말씀 부탁하면 "또 의전 챙긴다! 나 안 해!"라고 물리친다. 그렇게 문화를 만들었다.

박원순 시장이 방문했을 때도 정해진 순서나 격식 없이 맞이했다. 박 시장은 젓가락을 들고 테이블을 다니며 김밥을 나눠 먹고 대화를 나눴다. 정 학장은 "최고 환대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들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지적을 서로 해주며 기꺼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해준다.

아직도 꼰대 티를 떨치지 못한 이들이 자기 얘기를 늘어놓고 다른 사람 생각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바로 누군가 외친다. "또 그 얘기야!"

그는 "사회 관습에 젖어서 자기도 모르게 꼰대가 돼버린 이들이 마음을 비우면 매력 있는 사람이 된다"며 "조금만 내려놓아도 확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정 학장은 50+인생학교는 기초입문과정으로, 따뜻한 영혼을 가지고 재취업을 하든, 새로운 일을 하든, 여가를 즐기든 무엇을 하든 함께 할 동무를 만들고 야성을 살릴 수 있도록 건드리는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와 발전을 이어가기 위해 학기 종료 후에도 커뮤니티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생학교 1, 2기 수료생들은 탱고, 정리정돈, 조경, 희곡읽기 등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 운영한다.

그는 "토목회사 대표가 이끄는 탱고모임은 처음엔 우스개로 춤바람이라고 했지만 어느 자리에 가든 열정을 끌어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희곡읽기 모임은 함께 연극을 보고 토론을 하거나 연극계 청년들에게 노하우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원하는 등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학장은 50+ 세대 인생2막 지원 사업이 급속히 커질 것이므로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앞으로 5년이면 지금 40대들이 대거 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기반을 갖추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하고 인생학교 출신들을 교육해 전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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