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1. 시장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김모(64·여)씨는 지난해 11월18일 오후 송파구 가락시장 주차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다가 혼자 쓰러졌다.
근처를 지나가던 덤프트럭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다가갔지만 김씨는 꿈쩍하지 않았다.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김씨는 "뺑소니를 당했다"고 말했고, 구급대원의 신고로 경찰에 사고가 접수됐다. 김씨는 2013년 5월과 2016년 5월에도 허위 뺑소니 신고를 한 전력이 있다.
#2. 일식집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는 남모(51)씨는 지난해 11월29일 오전 술에 취한 채 택시에서 내려 문을 닫으려다 혼자 넘어졌다. 야식배달을 하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쓰러진 남씨를 발견해 부축해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남씨는 몸을 가누지 못했다. 왼쪽 무릎 골절을 당한 남씨는 병원에 이틀간 입원해 있다가 친구를 시켜 경찰에 뺑소니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남씨는 경찰서에서 CCTV를 확인해보고 술에 취해 기억이 왜곡됐다고 시인했다.
뺑소니를 당했을 때 교통사고 사실확인서와 진료비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정부에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정부보장사업을 악용해 경찰에 허위 신고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해 11∼12월 혼자 넘어져 놓고선 뺑소니를 당했다고 경찰에 거짓으로 신고한 김씨와 남씨 등 5명을 적발해 이들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허위신고) 등으로 즉결심판에 넘겼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뺑소니 용의차량을 특정하기 위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변 CCTV를 돌려보다가 사고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들을 상대로 추궁해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대부분이 고령자로 무직이거나 저소득층인 전형적인 도덕 불감증 사례"라며 "허위 뺑소니 교통사고 신고와 보험금 수령 사례를 수사해 엄벌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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