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주는데 남는 교실 활용하자" vs "학교에 보육 책임 전가"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학교의 남은 공간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법안이 추진되자 교직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국공립 어린이집의 설치 등을 규정한 영유아보육법 제12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용도 변경해 활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유휴교실, 즉 학생 수 감소 등으로 남는 교실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어린이집으로 쓸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다.
남인순 의원을 비롯해 법안 발의에 참여한 13명의 의원들은 발의 이유로 "국공립 어린이집은 민간 어린이집에 비해 저렴한 비용, 질 높은 서비스 등으로 수요가 높지만 2016년 12월 현재 국공립은 전체 어린이집 4만1천84개소의 6.9%(2천859개소)에 불과하다"며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부산과 인천시에서 이미 유휴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사를 하고 있고, 경남교육청도 유치원-어린이집 연계 시범 유치원을 운영 중이나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을 법안 발의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교직단체는 즉각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예산이나 인력 등 대책 마련 없이 국가나 지자체에서 해야 할 일을 왜 학교에 떠넘기느냐는 주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재철 대변인은 "유휴교실 활용은 단순히 장소만 빌려주는 게 아니고 결국 그 관리와 책임을 학교장이 떠맡아야 한다는 얘기"라며 "지금도 돌봄교실과 방과후수업으로 학교는 행정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고 말했다.
전주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정부는 학부모 수요가 있으면 무조건 학교가 하라고 하는데 정말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예산 부족과 정규직 전환 등과 같은 인력 문제 등으로 돌봄교실도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직사회는 특히 어린이집에서 잇따르는 각종 안전사고, 아동학대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에서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남인순 의원실 측은 "학교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19대 국회 때 '일정 세대 이상의 아파트를 지을 때 국공립 어린이집을 우선 설치한다'는 조항을 넣어 영유아보육법을 발의, 통과시켰다"며 "같은 이유에서 학교도 설치 대상 중 하나로 포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는 의무 조항이 아니고, 만약 학교에서 어린이집을 설치하더라도 외부 법인에 위탁 운영하는 방식으로 하면 학교에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분명히 필요해서 발의한 것인데 의외로 반대 민원이 많다"며 "법안 상정 후 논의 과정에서 관리감독 등에 대한 부분을 법안에 명기한다든지, 반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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