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빈곤과 내전을 피해 위험한 유럽행을 선택한 난민 여성들과 아이들이 리비아의 난민구금센터에서 폭행, 강간, 굶주림 등을 겪는 "생지옥"에서 지내고 있다고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밝혔다.
리비아는 터키~그리스 루트가 국경통제 강화로 차단됨에 따라 아프리카 난민들의 유럽행 루트로 다시 부상한 지중해 루트의 길목이다.
지난해 9월말 현재 리비아 내 난민수용센터들에는 25만명의 난민이 체류하고 있다.
유니세프는 보고서에서 이들 난민 대부분은 불결하고 질병이 창궐하는 "강제노동 캠프, 임시 감옥과 다름없는" 구금센터들에서 지내고 있다.
'아랍의 봄' 이후 트리폴리에 기반을 둔 이슬람계 정부와 동부 투브루크에 기반을 둔 비이슬람계 정부로 양분돼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무장세력들이 공식 구금센터들을 통제하고 있다.
또 일부 무장세력은 범죄조직이나 난민 밀입국업자들과 경쟁하거나 협력하면서 구금센터를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고 유니세프는 전했다.
유니세프는 "구금센터에 감금된 여성과 아이 수천명이 생지옥에서 수개월을 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니세프는 100명을 넘는 여성과 아이들을 인터뷰한 결과 거의 절반이 수차례 강간이나 학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두들겨 맞았고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보다 더 심한 학대를 당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에서 무장조직 보코하람을 피해 온 14세의 한 남자아이는 "이곳(구금센터)에서 그들은 우리를 닭처럼 다룬다. 우리를 때리고 좋은 물과 좋은 음식을 주지 않는다"며 "여기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간다. 병으로 죽어가고 추위에 죽어간다"고 했다.
유니세프는 여성들과 부모와 함께 있지 않은 아동들은 유럽행을 밀입국업자들에 의존하는데 '돈을 낸 만큼까지만 데려다주는" 조건 아래서 착취를 당하거나 매춘과 강간을 포함한 폭력에 취약해지는 처지가 된다고 지적했다.
아프샨 칸 유니세프 유럽지역 난민 책임자는 "지중해 루트는 대개 밀입국업자들이나 이들 난민을 상대로 돈벌이에 나선 이들이 장악돼 있다"며 "아이들이 단지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이유로 밀입국업자들의 손에 그들의 삶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유엔 난민 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지중해를 넘어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은 18만1천명에 달한다.
하지만 4천500명 이상은 지중해를 건너다가 목숨을 잃었고 이중 적어도 700명은 아동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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