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째 출하 묶인 소 사료만 축내" 구제역 축산농 '이중고'

입력 2017-03-02 05:00   수정 2017-03-02 11:17

"26일째 출하 묶인 소 사료만 축내" 구제역 축산농 '이중고'

이동제한으로 제때 반출 못해 품질 떨어져…축사 못치워 악취 진동

보은 한우 브랜드 '조랑우랑' 대기업 납품 끊겨 2차 피해도 커져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보은군 마로면 갈전리에서 한우 280마리를 사육하는 박모(53)씨는 요즘 축사에 들어설 때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던 구제역은 보름 넘게 잠잠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지만, 장기간 우제류 이동제한으로 자금회전이 꽉 막혔기 때문이다.





거세 한우를 비육하는 그는 매달 큰 소 8마리씩을 음성공판장에 출하한 뒤 그 자리에 송아지를 새로 들이는 방식으로 농장을 운영한다.

그러나 지난달 5일 인근 마을서 올해 국내 첫 구제역이 터진 뒤 26일째 출하가 막혀있는 상태다.

거세 한우는 대개 생후 30∼32개월 사이 출하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등 지방이 두터워져 육질 등급이 떨어지고 체중도 늘지 않아 농가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박씨는 "비육우 1마리 사료값으로 한 달 20만∼25만원이 나가는데, 다 자란 소를 내다 팔 수 없으니 하루하루 손해가 쌓여가는 상황"이라며 "구제역 방역에 총력을 쏟는 사이 경영은 엉망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구제역의 '진앙'인 보은지역 한우농장이 방역 장기화와 출하 지연에 따른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구제역 발생과 함께 시작된 집중 소독과 이동제한이 한 달 가까이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7일 충북의 우제류 이동제한을 해제하면서 발생지인 보은군은 제외시켰다.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를 구제역 바이러스 유출을 우려해서다.

그나마 발생농장 반경 3㎞ 밖은 이달 5일까지 한시적으로 이동제한을 연장했지만, 그 안에 있는 농장은 소에 대한 항체 검사와 축사·분변 등의 항원검사를 거치는 10일 이후에나 해제 여부가 결정된다. 적어도 앞으로 열흘가량은 출하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발생지 주변 농장에는 퇴비까지 수북이 쌓여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100마리의 한우를 사육하는 송모(62)씨는 "소독한 퇴비는 반출해도 된다지만, 오염 가능성이 있는 퇴비를 받을 곳이 있느냐"며 "퇴비가 쌓이면서 환기에도 문제가 생겨 사람이나 소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보은축협이 공급하는 브랜드 한우 '조랑우랑'도 이동제한 장기화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도축물량 감소로 주요 유통망인 대기업 납품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고, 서울·보은 3곳에서 운영하는 직영점도 물량수급이 불안하다.

지현구 상무는 "한 달 80∼100마리에 육박하던 '조랑우랑' 도축이 지난달에는 12마리에 그쳤다"며 "이 때문에 C유통기업 납품이 중단되는 등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파동 속에서도 한우값은 소폭 올랐다.

지난달 28일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가 집계한 전국 도매시장의 한우 지육(1㎏) 평균 경락가격은 1만6천625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8%, 지난해 말보다는 7.1% 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우값 상승국면이라기 보다는 구제역에 따른 소비위축과 공급 감소가 겹치면서 시장에서 혼전을 빚어지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보은군은 당분간 지금과 같은 방역체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신중수 보은군 가축방역계장은 "추가백신의 항체가 형성돼 구제역이 번질 가능성이 떨어졌지만, 다음 주까지 도로 6곳에서 차량 소독소를 운영하는 등 비상 방역체제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달 7∼8일 발생지 반경 3㎞ 안 축산시설에 대한 구제역 항원검사가 진행될 예정이고, 결과가 나오는 10일께나 향후 계획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역서는 지난달 5∼13일 한우와 젖소농장 7곳에서 연달아 구제역이 터지면서 986마리의 소가 살처분 매몰됐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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