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 가치하락과 英 내수시장 침체 가장 큰 우려 요인 꼽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대부분은 아직 '하드 브렉시트'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유럽연합(EU)을 떠나면서 인구 5억의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했다.
코트라 런던무역관은 1월30~2월3일 영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51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79%가 대책이 필요하지만, 아직 이를 마련하지 못한 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미 대책을 마련한 곳은 4%에 그쳤다.
영국 진출 국내 기업들은 하드 브렉시트로 가장 우려되는 요소로 파운드화 가치하락(28%), 영국 내수시장 침체(27%), 영-EU 관세장벽(19%), 한-영 관세장벽(13%) 등을 꼽았다.
이들 기업이 대부분 판매법인 형태인 까닭에 파운드화 가치하락과 현지 내수시장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런던무역관은 분석했다.
이에 비해 증권과 은행 등 금융권 진출기업들은 금융 패스포트 권리상실, 현지진출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 영국 내 외국인투자유치 감소 등을 아우른 기타 응답을 꼽은 답변이 50%를 차지했다.
금융 패스포트는 EU 회원국 한 곳에서 설립인가를 받으면 EU 역내에서 자유롭게 지점을 개설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파운드화 가치하락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중소·중견기업들이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은 달러화 결제 등으로 영향이 없거나(28%), 환 헤지 등을 통해 대비 중(27%)이라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반면 중소·중견기업들은 판매가격을 인상하거나(52%), 가격 유지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겠다(13%)는 응답이 3분의 2에 달했다.
하드 브렉시트가 영국 시장 점유율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선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과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38%로 나왔다.
또 50%는 하드 브렉시트에도 영국법인의 규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답변은 24%였다.
김윤태 코트라 런던무역관장은 "관세장벽에 대비해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을 신속히 체결하되 금융을 포함해 서비스업이 발달한 영국이 FTA 협상시 서비스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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