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처음 모습 드러낸 '김정남암살' 女용의자들…'초췌·긴장'

입력 2017-03-0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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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처음 모습 드러낸 '김정남암살' 女용의자들…'초췌·긴장'

검찰의 살인혐의 기소에 법정 출두…중무장 경찰특공대원 삼엄한 경비

사형 구형 예고…용의자들 "장난인줄 알았다" 주장에 치열한 법정공방 전망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1일 오전 9시 30분께(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외곽에 있는 세팡법원.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10여 대의 경찰 차량이 줄지어 법원 앞에 도착했다.

그중 경찰 호송차에서 김정남 암살 용의자인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29)이 삼엄한 경비 속에 내렸다.





이들 여성 용의자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5일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이후 처음이다. 현지 검찰은 이들을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하기 위해 법정에 출두시켰다.

법원 건물에는 30여명의 중무장한 경찰 특공대가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번 사건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보여주듯 30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다.

법원 경내에는 이들 기자 가운데 절반 정도만 입장이 허용돼 나머지 기자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또 TV와 카메라 촬영기자들이 용의자들의 모습을 먼저 담기 위해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아이샤는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흐엉은 노란색 티셔츠에 검은색 경찰 보호장구를 걸치고 있었다. 이들 모두 경찰의 강도 높은 조사에 지친 듯 초췌한 얼굴이었으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담당 검사는 판사 앞에서 이들에 대한 기소장을 읽어내려갔다.

아이샤와 흐엉이 지난 13일 오전 9시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이미 도피한 다른 용의자 4명과 북한인 김철(김정남)을 살해했다는 것이 요지다.

김정남 피살 당시 공항 폐쇄회로(CC) TV에는 이들 여성 용의자가 김정남의 얼굴을 등 뒤에서 두 손으로 가리듯 독극물로 공격하는 장면이 잡혔다.

김정남 시신의 부검 결과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가 검출됐다. 유엔 결의로 금지한 화학무기가 김정남 암살에 쓰인 것이다.

그러나 아이샤와 흐엉은 경찰과 자국 대사관에 숨진 북한인을 모르며 독극물 공격이 아닌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아이샤는 "TV 쇼 촬영을 위해 베이비 오일로 장난치는 것으로 알았다"며 "그 대가로 400링깃(약 10만2천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흐엉은 또한 자신은 이용당했으며 코미디 영상을 찍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들이 예행연습을 한 것은 물론 독극물의 독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장난인 줄 알았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역시 이들에게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검찰은 이들 용의자의 형량과 관련,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혀 최고 사형 구형을 예고했다.

하지만 주범으로 지목된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도피 중인 가운데 '조연'으로 분류되는 아이샤와 흐엉이 살인 의도를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의 혐의와 형량을 놓고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아이샤와 흐엉은 이날 1시간가량 검찰과 법원의 기소 절차를 마치고 법원 뒷문으로 나와 호송차를 타고 다시 경찰서로 향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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