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주말에도 현지 동향 실시간 점검…"아직 실질적 피해 없다"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신호경 기자 = 지난달 말 국방부와 롯데 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관련 계약이 마무리되고 한반도 사드 배치가 속도를 내자 중국의 반발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중국 언론들이 롯데 등 한국기업에 대해 사실상 '불매운동'과 같은 실질적 보복을 선동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해 한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우리도 중국 제품을 사지 말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中 매체들 "롯데뿐 아니라 삼성·현대도 어려움 겪을 것"
1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은 시장의 힘을 통해 한국을 벌함으로써 한국에 교훈을 줄 주요한 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특히 "한중 갈등이 가속하고 있어 삼성, 현대 등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롯데그룹 외 나머지 유명 한국 유통업체들도 중국 소비자들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사드부지 제공자'로 지목된 롯데만이 아니라 다른 한국 기업까지 불매운동 등의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이다.
관영 신화통신도 '중국은 이런 롯데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시평을 통해 "사드 배치가 중국의 뒤통수를 치는 격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롯데의 경솔한 결정은 분명 앞잡이 행위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매체는 "사드 배치에 직접 관여된 롯데는 당연히 책임을 피할 수 없고 이로 인한 손실은 모두 자기가 뿌린 씨앗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어느 나라 국민인들 외국 기업이 자기 나라에서 떼돈을 벌면서 국익에 손해를 입히는 행동을 용납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정부의 안보 요청에 따라 부지를 넘겼을 뿐, (사드부지 문제는) 우리가 주도한 일이 아니다"라는 롯데의 해명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신화통신은 또 "롯데가 국가 안전을 고려해 한국 군부와 부지를 교체했다면 중국 소비자들도 얼마든지 국가 안전을 고려해 이런 기업과 제품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뿐 아니라 중국 소비자들도 한국과 롯데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롯데면세점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는 '중국을 떠나라'는 2만여 개 중국인 네티즌 댓글에 시달리고 있고, 중국 주요 온라인 쇼핑사이트 '징동 닷컴'에서 '롯데마트'관이 갑자기 사라져 '보복' 의혹을 낳고 있다.
◇ 말 아끼는 롯데 대신 누리꾼들 "中 제품 불매운동", "中, 몹집만 큰 애"
일단 '집중포화' 대상인 롯데는 "사드부지 교환 계약 이후 아직 중국 현지에서 직접적 피해가 보고된 것은 없다"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다.
징동닷컴 롯데마트관 폐쇄설에 대해서도 "중국 현지에서 확인한 결과 징동닷컴 측이 전산시스템 오류에 따른 오해라고 해명했다고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말임에도 롯데 경영혁신실 임직원들은 출근해 연합뉴스 등 중국 현지 특파원의 기사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중국 언론과 소비자 등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는 앞서 중국 현지 지사나 사업부에 사드부지 제공과 관련, 중국 언론으로부터 입장 등을 요청받으면 '정부의 안보적 요청에 따른 사안으로 기업이 주도한 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최대한 여론을 자극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반감을 의식해 태스크포스 등 별도 대응 조직도 꾸리지 않고 있다.
이처럼 최대한 말을 아낀 채 '속앓이'만 하는 롯데와 달리 온라인상 한국 누리꾼(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협박에 대한 '맞불' 여론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누리꾼들은 관련 보도 댓글을 통해 "우리가 먼저 단교하고 중국산 불매 운동에 나서자", "우리기업 생산공장을 동남아 등으로 모두 옮기자", "롯데에 대한 협박과 제재로도 모자라 삼성, 현대까지 걸고넘어지는 것은 WTO 국제무역 질서에 대한 도발"이라는 주장과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아울러 "정작 미국한테는 아무 소리 못 하면서 작은 나라 한국에만 협박한다", "몸집만 큰 애 같다", "치졸함만 가득하다" 등 이른바 스스로 '대국(큰 나라)'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편협함과 이중적 태도를 꼬집는 글들도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가 대 국가간 외교로 풀어야 할 군사·정치적 문제를, 부지 제공자라는 이유만으로 외국 기업을 노골적으로 협박하거나 감정적으로 너무 쉽게 '단교'까지 운운하는 것은 앞으로 중국의 해외 투자 유치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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