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주장…"체포 여성들 남조선 드나들어" 떠넘기기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북한은 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신경성 독가스인 'VX'에 의해 사망했다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발표를 "황당무계한 궤변"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 배후설을 재차 부인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황당무계한 궤변, 위험한 정치적 망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과 남조선 당국은 그(김정남)가 고독성 VX 신경물질에 의해 독살되였다고 하면서 우리를(북한을) 터무니없이 걸고드는 망동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통신은 암살된 김정남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은 채 "외교여권 소지자인 우리 공화국 공민 김철"이라고 표현했다. 김철은 김정남이 소지한 외교여권상에 기재된 가명이다.
통신은 침투성이 강한 VX를 손에 묻힌 여성 살인용의자가 무사한 점과 경찰 등 김정남 호송에 관련된 인물들이 중독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면서 VX 암살설이 "과학성과 논리성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부 언론들이 살인용의자들로 체포된 여성들이 지난 시기 남조선에 여러 번 드나든 사실로 보아 남조선 당국자들이 그들에게 상기 물질을 쥐여보내지 않았겠는가 하고 의심하는 것도 우연하지 않다"라고 주장하면서 그 책임을 우리나라에게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서 "지금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따라 거의 모든 나라들이 화학무기를 폐기한 상태이지만 유독 미국을 비롯한 일부 나라들만 상기 물질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이 남조선에 각종 화학무기들을 끌어다놓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음모론도 제기했다.
통신은 "응당 이번 일을 국제화학무기금지기구에 통보해야 하며 해당 견본을 기구가 지정하는 실험실에 보내여 분석을 해야 한다"며 "만약 VX를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물질을 어느 나라에서 들여왔으며, 누가 만들고, 누가 넘겨주었는가 등을 밝혀야 한다"며 역공세를 폈다.
통신은 "만일 미국과 남조선당국이 분별을 잃고 우리 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한 정치적 음모책동에 계속 매여달린다면 우리는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존엄을 수호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자위적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은 앞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도 김정남 피살을 '공화국 공민의 쇼크사'로 지칭하며 북한 배후설은 남한이 짠 '음모책동'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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