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금광 채굴, 무분별한 농어업에 오염 심각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케냐 서부 빅토리아 호수 인근 지역의 지하 20m 지점에서는 오늘도 8명의 남자가 헤드 랜턴(머리 전등)에 불을 밝히고서 행운의 암석을 캐내고 있다.
이들은 비좁은 동굴에서 맨손으로 망치와 정을 이용해 수일째 금맥을 캐는 희망을 품고 암석 조각들을 쪼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장면은 케냐에서 금맥을 찾아 나일 강의 원천인 빅토리아 호수 인근에 몰려드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으로 얼마 전 방영된 다큐멘터리 영상의 일부분이다.
영상은 빅토리아 호수를 낀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 3개국의 15개 지역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생활상을 보여줌으로써 대호수와 그 주변을 둘러싼 지역의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케냐의 금 사냥꾼들은 서부 미고리 카운티의 올리니 지역에서 정부의 허가 없이 금광을 운영하고 있다.
광부들은 갱도의 급작스러운 함몰 탓에 혹은 갱내에 차오른 물을 퍼내기 위해 돌리는 펌프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에 질식해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면서 전근대적 방식의 금광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이들 주민은 사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주위의 농토는 생산성마저 줄어 호구를 이어갈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케냐 일간 데일리 네이션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비영리 기구인 환경정의·개발센터(CEJD)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케냐 내 비공식 금광 개발사업의 전체규모는 공식 통계가 없지만, 이 지역 모든 가구가 광구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골드러시' 열풍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갱도 아래로 내려가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지만 금맥이 섞인 암석 조각에서 금을 추출하는 과정은 작업을 수행하는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
주로 여성과 어린이들인 이들 작업자는 지상으로 운반된 바위 조각들을 물과 수은을 부어 혼합해 금을 추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맹독성 은빛 금속액체인 수은은 금과 섞이면 동그란 덩어리를 형성하고 열을 가해 녹이면 순수한 금이 남게 된다.
이들은 방호복도 입지 않은 채 때때로 금속 덩어리를 이빨로 물어가며 작업을 해 자신들도 모르는 새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피부와 허파를 통해 독성 금속이 신체로 들어가면 뇌와 심장, 신장, 소화기와 면역체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케냐 국경 너머 탄자니아에서 금을 캐기 위해 이 위험한 과정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광부인 조람 므와카티카는 "많은 경우 작업자들은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무시해 버린다"라고 전했다.
또한, 사용된 수은은 금광 주위를 흐르는 강물을 따라 빅토리아 호수로 흘러들어 호수를 오염시키고 오염된 호수는 결국 수많은 주민과 동물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므와카티카는 "사람들은 호수에서 수영하고 동물들은 그 물을 마시며 호수에 서식하는 물고기도 오염돼 버린다"라고 지적했다.
우간다 국립어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빅토리아 호수 인근의 어업 종사자는 지난 2000년 7만 명에서 현재 21만 명으로 늘었다.
케냐 대호수 환경프로그램의 어업연구원인 로드릭 군두는 "이 지역 젊은이들 사이에서 어업이 성행하고 있다. 학생들도 수업을 마치면 다른 생계수단이 없어 물고기를 잡는다"라며 "무분별한 어로 행위로 호수에 서식하는 물고기 숫자가 줄고 있다"라고 전했다.
우간다 카세쿨로 지역에 사는 조셉 키벨루는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져 최근 농사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1년 이곳 카세쿨로에 왔을 때 주민 숫자가 많지 않았다. 당시 주민들이 조업 규칙을 잘 지켜 호수가 양호한 상태였다. 그때는 물고기가 많았다"라며 "오늘날 사람들은 호수에 휴식시간을 주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농사도 호수를 오염시키는 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주민들이 팜유를 심기 위해 인근 숲을 벌목하자 양질의 토양이 폭우에 유실돼 호수로 쓸려 들어가고 있다.
이때 농토에 살포된 비료도 호수로 흘러들어 부레옥잠(Water Hyacinth)의 성장을 촉진해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토양 유실과 과다한 비료 사용이 농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자연에 목소리를 주자'라는 기획물의 하나로 대호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케냐 NTV의 벤지 빙크스는 호수 주변 주민들을 대상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돈을 모으기 위해 호수를 유린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먹고살기 위해 그러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airtech-ken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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