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 구단 직원 동행…"대표팀 준결승 진출해 미국 갔으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통역 구기환 씨에 의지해 낯선 미국 생활을 버텼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구기환 씨가 오승환 덕에 값진 경험을 한다.
1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구기환 씨는 "오승환 선수 덕에 한국 야구대표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게 됐다. 정말 영광이다"라며 웃었다.
WBC를 주관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대회에 출전하는 메이저리거 관리를 위해 구단 직원을 파견한다. 사무국과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을 위해 구기환 씨를 한국 대표팀에 파견하기로 했다.
WBC 기간, 구기환 씨의 직함은 '한국 홍보 담당(프레스 오피서 팀 코치)'이다.
구 씨는 "대표팀 스태프들이 워낙 출중하셔서 제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지만, 1일에도 그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이날 고척돔에서 훈련하던 이스라엘 야구대표팀 투수이자 세인트루이스 산하 마이너리그 소속 코리 베이커(28)가 오승환과 인사하고자 한국 더그아웃을 찾았고 구 씨는 오승환과 베이커의 대화를 도왔다.
구 씨는 세인트루이스에 오승환의 훈련 상황 등을 전하는 역할도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구 씨는 한국으로 돌아와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왔고 뉴욕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뉴욕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구 씨는 오승환의 에이전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대표와 인연으로 세인트루이스 입단식 기자회견 통역을 했고, 이후 입사 과정을 거쳐 세인트루이스 오승환의 통역으로 취업했다.
구 씨는 "오승환 선수 덕에 정말 좋은 기회를 얻어 메이저리그에서 1년을 보냈다"고 돌아봤다.
최근 세인트루이스는 '구기환 씨의 입사 1주년 기념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구 씨는 "나 몰래 깜짝 파티를 준비했다. 너무 놀랐고, 감사했다"고 했다.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오승환이 한국 WBC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구 씨는 '팀 코리아'의 일원이 됐다.
그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한국에 오는데, 이번에는 정말 특별한 일로 한국에 왔다. 모든 게 신기하다"고 했다.
오승환과 구기환 씨는 3월 중순에 미국으로 돌아간다.
두 가지 길이 있다. 한국이 미국에서 열리는 준결승에 진출하면 대표팀 동료들과 전세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다. 1라운드 혹은 2라운드에서 탈락하면 오승환과 구 씨, 둘이서만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구 씨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동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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