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강제규정 없고 공사비 아끼려고 화장실 설치 외면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수도권 환승역의 절반가량이 환승 구역에 화장실을 갖추지 않아 승객 불편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경실련이 공익제보자 안호철(60·건축시공기술사)씨와 함께 조사한 결과, 수도권 환승역 90개 중 44곳은 환승구간에 화장실이 없다. 환승구간에 화장실을 보유한 역은 38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5개 역은 환승구간이 짧아 별도 화장실이 필요 없는 것으로 조사됐고, 3개 역은 확인되지 않았다.
1일 평균 유동인구 16만7천 명인 부평역은 1999년 인천 1호선 개통 이후에도 18년간 환승 구역 화장실 없이 운영되고 있다. 환승객이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개찰구 밖으로 나가 부평역 지하상가 앞 공용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환승 구역 화장실이 부족한 것은 강제규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행기관도 공사비 절감을 위해 환승구역화장실 설치를 외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지침'에는 '공중화장실 기능을 고려해 개찰구 외부에 설치하도록 하고, 승객 편의를 위해 개찰구 내측에 추가 설치를 고려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하철 건설공사는 대부분 설계와 공사를 일괄 입찰하는 '턴키(turn-key)'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시행기관이 공사비를 아끼려고 환승 구역 화장실을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인천경실련은 2일 인천시청에 기자회견을 열어 "당장 오수관로를 연결해 환승 구역에 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는 환승역도 상당수 있다"며 "새로 건설되는 도시철도에는 환승 구역 화장실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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