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소외된 이웃들이 자신의 일상과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 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선보이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한양대 동문으로 이뤄진 한사랑장학회와 재능기부단체 BRAD는 지난 1년 동안 일요일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지구촌사랑나눔에서 노숙자, 일용직 근로자,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 등을 상대로 무료 배식 봉사를 펼쳐오다가 이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20명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나눠주고 2∼3주간 사진을 찍게 했다.
이들이 찍어온 사진 가운데 5명이 찍은 작품 43점이 '대화, 그리고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6∼11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관람객과 만난다.
사진을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었다는 한 노동자는 "늘 공사장과 쉼터만 오가다가 사진을 찍으려고 처음으로 예쁜 곳을 찾아다녔다"면서 "가족이 없어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지내본 적이 없어서인지 크리스마스트리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노동자는 "사람은 늘 움직여서 못 찍는다"며 풍경만 잔뜩 담아오기도 했다. 봉사자가 "사람이 움직여서 초점을 맞추기 힘들다는 뜻이냐"고 묻자 "그게 아니라 사람은 늘 떠나고 도망가니까 찍을 수 없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돈을 벌러 한국에 왔다가 다리를 다쳐 쉬고 있다는 한 중국동포는 "35살 된 아들이 지금 중국에 살고 있는데 아들이 어릴 때 사진을 많이 찍어주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며 아쉬워했다.
이용현 BRAD 대표는 "밥만 퍼주고 말 게 아니라 좀 더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어서 이분들이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아 불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기대 이상으로 이분들이 의욕적으로 사진 찍기에 나선 것은 물론 봉사자나 다른 동료들과 대화와 웃음을 주고받는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전시회 개막에 앞서 4일 오후 2시 전시장에서 오프닝 리셉션이 열린다. 필름로그가 사진 감수를 맡았고 S3R, G&M 글로벌문화재단, 양양티엠피, J.Ari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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