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해씨 공무원 퇴직 후 옛 선비 고택서 얻은 댓살로 빗자루 엮어 전시회도
(장성=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빗자루로 마음도 깨끗하게 쓸면 부정부패도 없고 맑은 사회가 되겠지요."
전국 각지를 돌며 모은 댓살로 빗자루를 만들어 전시회까지 열었던 변동해(63)씨가 '세심비(洗心비)' 조형물을 세워 눈길을 끈다.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03/02//AKR20170302094700054_01_i.jpg)
변 씨는 3일 오후 3시 33분 장성군 축령산 자락에 있는 세심원 앞마당에서 높이 333cm 크기의 순동 세심비 조형물을 제막한다.
행사 날짜와 시간, 조형물 크기도 모두 그가 평소 좋아하는 '3'이라는 숫자와 일치한 점이 이채롭다.
변씨가 빗자루와 인연을 맺은 것은 3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정 스님이 머물렀던 오대산의 오두막에서 스님이 쓰던 빗자루를 본 뒤 직접 빗자루를 만들기 시작했다.
평소 마음에 두었던 옛 선비들의 고택을 찾아 뒷산에 자라는 댓살을 정성스레 모아 비를 엮었다.
하서 김인후 선생의 필암선원을 비롯해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강진 다산초당, 고봉 기대승의 월봉서원, 아곡 박수량의 생가, 신사임당의 강릉 오죽헌 등 전국 곳곳을 돌았다.
겨울에 채집한 댓살을 정성스럽게 말려 봄이면 따스한 햇볕을 등지고 비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빗자루만 200여 개에 달한다.
변 씨는 "비를 만들 때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며 "혼이 없으면 감동이 없는 만큼 오직 맑은 마음으로 비를 만든다"고 말했다.
장성 토박이로 30여 년을 군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한 변 씨는 1999년 명예퇴직한 이후 축령산에 버려진 움막을 고쳐 세심원(洗心園)을 열었다.
편백으로 만든 이 거처를 그는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개방했으며 최근에는 청소년을 위해 시설을 열어 놓고 있다.
변 씨는 "옛사람들은 빗자루를 들고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며 "빗자루의 아름다운 의미와 뜻을 되새기며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효자동 갤러리 우물에서 '세심비전'을 연 변 씨는 판매 수익금 전액을 아름다운 재단 등에 기부했다.
오는 5월 부산에서 또 전시회를 열 예정인데, 역시 판매수익금은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minu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