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설 선생 고향에 '서전중·고' 개교…"서전서숙 정신 계승"
서전서숙 설립한 선생 순국 100주기인 2일 개교, 더욱 뜻깊어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천재 애국자' 보재 이상설(1870∼1917) 선생이 만주에 세웠던 신학문 교육기관인 '서전서숙(瑞甸書塾)'이 110년 만에 그의 고향인 충북 진천에서 부활했다.
서전서숙이 진천에서 서전중학교와 서전고등학교로 부활한 '3월 2일'은 공교롭게도 만주, 연해주, 구미를 누비며 항일 독립운동을 벌인 보재 선생이 망국의 한을 품고 연해주에서 47세의 일기로 순국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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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교육청이 서전서숙의 역사성을 계승해 진천군 덕산면 충북혁신도시에 건립한 서전중·고가 2일 개교했다.
도교육청은 보재 선생의 애국·희생정신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본받자는 취지에서 신설학교를 '서전'으로 명명했다.
을사늑약의 아픔 속에 국권 회복 운동을 위해 해외 망명을 결심했던 선생은 1906년 이동녕, 정만순 선생과 함께 북간도 옌지(延吉)현 룽징(龍井)촌에서 민족교육의 요람인 서전서숙을 세워 교장을 맡았다. 서전이라는 명칭은 일대 '서전벌'에서 따왔다는 얘기가 있다.
서전서숙은 역사, 지리, 수학, 법률 등 근대교육을 했고, 이상설 선생은 '산술신서'를 저술해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서전서숙은 그러나 선생이 일제에 의해 강제 체결된 을사늑약을 폭로하기 위해 고종 황제로부터 헤이그 특사의 임무를 받고, 일제 통감부 간도출장소의 감시 속에 1907년 가을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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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보통학교부터 지금의 룽징실험소학교까지 모두 서전서숙의 후신 격이지만, 서전중·고는 서전서숙의 역사성을 '명칭'에서 계승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준, 이위종 선생과 함께 '헤이그 특사'로 일반인에게 기억되는 이상설 선생은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천재 애국가'이다.
그는 신구학문을 독학으로 통달한 타고난 천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학은 물론 정치, 법률, 경제, 수학, 과학, 철학,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특출했고, 영어, 일어, 러시아까지 능통했다.
많지 않은 나이에 이룬 학문적 성취로 "율곡 이이를 이을 대학자'로까지 칭송됐고, 특히 고등수학에 관한 한 독보적 존재였다고 한다.
1894년 과거에서 문과 병과에 급제한 선생은 궁내부 특진관, 학부·법부협판 등을 거쳐 을사늑약 직전인 1905년 11월 1일 36세 나이에 의정부 참찬에 올랐다.
선생이 고종에게 죽을 각오로 을사 5적을 처단하고 조약 파기를 선언하라는 간언을 시작으로 다섯 번 상소를 올리고, 군중 연설에서 자결을 시도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듬해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지만, 일본의 방해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자 각국 언론을 대상으로 을사늑약의 위법성을 호소했고, 유럽과 미국을 순회하며 조약의 강압성을 알리고 독립 지원을 호소했다.
1909년 연해주 봉밀산에 최초의 무장 독립운동기지를 건설했고, 이듬해 이범윤 선생 등과 13도 의군을 편성해 최초의 망명정부 수립을 시도했다. 이곳은 당시 한흥동으로 불렸다.
그 뒤 1914년 이동휘·이동녕 선생과 망명정부인 대한광복군정부를 세워 정통령에 추대됐고, 1915년에는 박은식·신규식 선생 등과 함께 신한혁명당을 조직해 중국과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중심으로 독립활동을 펼쳤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이범윤 같은 의병장 만인을 모아도 이상설 한 분에 못 미칠 것이다"고 존경심을 나타냈던 이상설 선생은 투병 끝에 1917년 3월 2일 연해주에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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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교육감은 2일 서전중학교에서 '등교 맞이'를 하는 것으로 개교를 축하했다.
서전중·고 측은 "서전서숙의 역사를 계승해 학교가 '상서로운 배움터'가 되도록 노력하고 이상설 선생의 교육열을 본받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재들을 길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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