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데리러 왔다며 주차해 놓고 혼자 걸어와…최소한의 배려라는 인식 필요"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임신 7개월째로 접어든 직장인 A(30)씨는 최근 대전의 한 지방자치단체 임신부 전용 주차장을 이용하려다 난데없는 지적을 받았다.
차량 앞 유리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차 도우미가 '임신부 확인 표식이 없다'며 일반 주차장으로 안내하려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차량 청소를 하다가 확인증을 빼뒀는데, 다행히 산모수첩을 갖고 있어오해를 풀 수 있었다"며 "일반 차량이 수시로 와서 그런다는 도우미 설명에 같이 헛웃음을 지었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5개월 차 임신부 B(34)씨에게도 이런 경험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그는 "일반 차량 운전자의 얌체 주차가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할까 싶다"며 "외투를 입으면 배가 잘 안 보여 가끔 단추를 풀고 하차한다"고 토로했다.
임신부를 배려하고자 관공서와 대형마트 등지에서 운영 중인 주차장이 '얌체 운전자 전용' 공간이 돼 버린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임신부가 아닌 남녀노소 아무나 주차장을 요령껏 이용하는 사례는 적지 않게 목격된다.
대전의 한 자치구에서만 하루에 많게는 10건 넘는 관련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시책 중 하나로 곳곳에서 임신부 전용 주차장을 설치했으나, 의무 사안은 아니다 보니 지키지 않아도 막을 도리가 없다.
개인 양심에 호소하거나 계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대전의 한 대형마트 주차요원은 "임신한 부인을 데리러 왔다고 해놓고선 나중엔 혼자 걸어와 사라지는 남자가 종종 있다"며 "제재할 명분이나 방법이 없다 보니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신부 주차장을 만든 건 거동이 쉽지 않은 임신부에게 최소한의 편의를 제공하자는 노력이라는 게 대전시의 설명이다.
'아이 낳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사회적 교감은 그러나 이렇게 작은 곳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3일 "전용 주차장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임신부에게 배려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이자 조처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임신부 안전을 위해 설정한 구역인 만큼 당연히 지켜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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