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격으로 롯데면세점 홈페이지 마비…디도스 배후 중국 의혹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김진방 특파원 = 지난달 말 롯데가 성주골프장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로 제공한 뒤 롯데에 대한 '보복'으로 의심되는 중국의 규제나 온라인 공격 등이 속속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일 한국과 중국 롯데에 따르면 지난 1일 롯데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유통시설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일제 점검이 이뤄졌다.
내용별로 분류하면 중국 전역에서 위생·안전 점검이 6건, 소방 점검이 4건, 시설 조사가 7건 진행됐다.
아울러 롯데와 롯데 거래처가 모든 위험(리스크)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신용장 발급 조건이 변경된 경우도 확인됐다. 예전에는 중국 은행도 위험 일부를 분담했으나, 이제 롯데계열사와 해당 회사와 거래하는 중국 업체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식으로 조건이 불리해졌다는 얘기다.
일부 식품 계열사는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의 재입점 심사에서 예상하지 못한 '탈락' 통보를 받았고, 한 유통 매장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옥상 네온사인 간판과 입구 앞 광고를 철거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롯데 중국 철수' 문구가 붙은 자동차를 유통사 매장 입구에 주차해 놓는 사례도 있었다고 롯데 측은 전했다.
롯데 유통 계열사의 경우 현재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현지에서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쓴맛'을 봤는데, 불매운동과 규제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중국 사업 전면 철수까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심지어 이날 안후이 성 우후(蕪湖)시 무선관리처는 우후시 롯데마트 중양청(中央城)점에 "매장 내에서 불법 무선신호를 사용하는 무전기 30대를 사용했다"며 2만 위안(340만원)의 벌금 처분을 내렸다.
롯데 관련 홈페이지 등에 대한 온라인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에 대한 '보복' '응징'을 수없이 거론한 중국을 가장 먼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정오부터 롯데면세점의 4개 언어로 된 모든 홈페이지(PC·앱)가 마비됐다가 복구됐다. 일단 롯데면세점과 경찰은 원인으로 트래픽(접속량)을 갑자기 늘려 시스템 다운을 유도하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지목했다.
앞서 사드 부지 계약이 마무리된 지난달 28일 당일부터 롯데그룹의 중국 홈페이지(http:www.lotte.cn)도 다운돼 지금까지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최근 중국 주요 온라인 쇼핑사이트 '징동 닷컴'에서 '롯데마트'관이 갑자기 사라진데 대해서도 중국측은 "전산 시스템 오류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뿐 아니라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최근 발표한 '2017년 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에 한국의 대표적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브랜드 제품 세 가지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도 '사드 보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언론의 '롯데·한국 때리기'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롯데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모두 328건의 롯데와 사드 관련 언론 보도가 확인됐는데, 이 가운데 현지 롯데의 피해 상황을 전한 보도가 108건이었고 롯데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과 제재 방안이 언급된 기사도 81건에 이르렀다. 한국 정부의 무리한 사드배치를 비판하는 기사도 62건 보도됐다.
중국 관영방송 CCTV도 롯데 사드부지 제공과 관련한 내용을,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다만 일부 매체에서는 롯데 등에 대한 '보복' 선동이 쇼비니즘(배타적 애국주의)이라는 등 '자성'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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