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무비자협정 파기한 말레이, 단교조치까지 단행할까

입력 2017-03-02 15:29   수정 2017-03-0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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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무비자협정 파기한 말레이, 단교조치까지 단행할까

강철 대사 추방·평양 주재 말레이 대사관 폐쇄 가능성도

김정남 암살 北소행 입증못한 말레이, 공개적 제재 어려울수도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가 8년간 유지해온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 파기를 선언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의 심장부라고 할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맹독성 신경가스제 VX를 사용해 김정남을 암살한 천인공노할 사건이 북한 주도로 이뤄졌다고 보고 수사해온 말레이 당국이, 이제 북한에 외교적 제재에 들어갔으며 비자면제협정 파기는 그 첫번째 조치라는 것이다.

범행을 실행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2명을 살인혐의로 기소한 말레이 당국은, 범행 가담이 분명해보이지만 증거를 찾을 수 없는 북한국적 리정철(46)을 기소하는 대신 추방키로 결정함과 동시에 2일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말레이시아의 이번 조치는 북한과 8년간 유지해온 무비자 협정을 접는 것으로, 이달 6일부터 정식 발효된다.

말레이시아 정부 사정에 밝은 현지 소식통은 "전날 열린 각료회의에서 비자면제 협정 철회를 비롯해 다양한 조치가 논의되고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실 경제력으로 볼 때 동남아시아에서 최강 수준인 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무비자 협정을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크지 않은 반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그 어느 곳에서조차 숨쉴 공간조차 확보하기 힘들었던 북한은 이번 무비자협정 파기에 잃을 게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은 리정철에 대한 추방조치가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자국의 배후설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성과'를 얻은 셈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주권침해성' 범죄에 공분하는 말레이 당국이 비자면제협정 파기에 이어 후속 대북제재 조처를 할 가능성이다.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는 이미 평양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한 말레이 당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강철 말레이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 대사는 그동안 말레이 경찰의 정당한 김정남 암살 사건 수사를 겨냥해 '한국과 야합해 조작한다'는 헛소리를 해와 말레이 당국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온 인물이다.

따라서 말레이 당국이 이 참에 강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찍어 추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북한대사관에 등록된 외교관 중 실제 외교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대폭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막후에서 조율한 혐의를 받는 현광성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도 외무성 소속 외교관이 아닌 보위성 소속 주재관으로 알려졌다.

한술 더 떠 말레이 당국이 자국의 평양 소재 대사관을 폐쇄할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인다.

말레이 당국이 비자면제협정 파기 이후 이런 절차로 대북 제재의 수위를 높인다면, 그 종착역은 '단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말레이 당국은 여전히 조심스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심증이 팽배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수사에 획기적 진전이 없는 한 말레이시아가 북한을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쿠알라룸푸르 외교가에선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이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레이 당국이 대북제재의 수위를 높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해된 대상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분명해보이는데도, 북한이 사망자가 '김철'이라는 별도의 인물이라고 우기고 있고, 김정남 가족을 통한 시신 신원확인을 하지 못한 상태여서 말레이 당국으로선 북한 소행임을 바탕으로 한 대북제재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말레이가 명백한 대북제재성 외교조처를 하려면 사망자가 김정남임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이날 국영 베르나마 통신을 통해 "국가 안보를 위해 북한과의 비자면제 협정을 파기하며 오는 6일부터 발효한다"고만 밝혔다.

말레이 당국은 김정남 암살 배후가 북한임은 확실하지만, 분명한 증거를 댈 수 없기 때문에 안보불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비자면제협정 파기를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북한과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민심을 가라앉히려는 목적으로 말레이 당국이 이번 조치를 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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