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와 잇단 투자 계약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호화 순방'은 저유가로 인한 자국 경제의 어려움을 애써 감추고자 하는 '과시 외교'라는 분석이 나왔다.
2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한 달간 이어지는 살만 국왕의 아시아 국가 순방을 수행하는 대표단 가치를 따진다면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5명의 고위급 왕자와 10명의 장관, 100여 명의 보안요원 등을 포함한 수행단 규모는 약 1천5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여섯 대의 여객기와 506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록히드 C-130 허큘리스 수송기에 나눠 타고 1일 인도네시아에 도착했다. 이들의 짐을 실어나르기 위해 고용된 일꾼만 무려 572명에 이른다. 살만 국왕은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써진 제트기에서 내리면서 금빛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다.
사우디 국민은 긴축 정책 아래에서 힘들게 살고 있지만, 사치스럽기로 유명한 사우디 왕가에 있어 화려한 행사는 흔한 일일 뿐이다. 수행단의 면면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이번 순방의 진정한 목적마저 묻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살만 국왕 수행단의 규모와 장관은 유가 하락 시대에 아시아 국가들과 유대를 강화하려는 노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런던 채텀하우스의 연구원인 피터 솔즈베리는 "이 정도 규모의 사람들이 나타나면 야단법석이 벌어진다. 이는 자존심을 일으켜 세우고 '우리는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왕가의 부는 1조4천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거대한 석유 매장고와 다른 자원들에 달려 있다. 석유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 중 수십억 달러가 이들이 부를 유지하고 특전을 누리는 데 쓰인다. 이들은 대저택과 궁궐을 소유하고, 스위스 계좌에 돈을 은닉하고, 유명 디자이너 옷을 입으면서 서민들의 눈을 벗어나 세계에서 가장 큰 요트 위에서 즐긴다.
2015년에는 국왕과 1천여 명의 수행단이 프랑스 리비에라 해변의 일부를 폐쇄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들은 허가받지 않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 모래사장 위에 콘크리트를 붓기도 했다. 2014년에는 당시 왕세자 신분이던 살만 국왕이 몰디브의 섬 리조트 3개를 통째로 예약해버려 여행객들의 분노를 샀다.
살만 국왕은 100여 명의 보디가드와 함께 여행한다. 스페인 마르베야에 정박한 그의 요트 갑판은 축구장보다 크다. 이러한 모든 사치에도 불구하고 그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사치와 낭비만을 일삼는 왕자와 공주들을 벌하기 위해 사설 감옥을 운영한다고 시사잡지 타임은 전했다.
첫 방문국이었던 말레이시아와 사우디 군주로서 46년 만에 방문한 인도네시아에 이어 살만 국왕은 브루나이, 일본, 중국 그리고 몰디브를 순방한다. 이번 순방은 사우디 경제를 다각화하고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지분 5%를 매각하는 데 아시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목적도 있다.
이번 순방으로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 페르타미나와 아람코는 60억 달러 합작기업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아람코는 말레이시아 석유회사에는 7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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