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누리꾼 반한감정 선동이 오프라인으로도 옮겨붙는 양상
롯데마트 지점 "사드 영향 따른 매출 영향 그리 크지는 않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인이라면 당연히 롯데마트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 문제(사드)는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를 두고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가 나서 반대 여론을 부추겨 중국 국민의 반한(反韓)감정도 커지면서 이처럼 롯데에 반감을 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매체들이 롯데그룹의 경북 성주 골프장이 한미 사드배치 부지로 확정된 이후 롯데 불매 운동에 나서자 그에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에선 이전에도 일본, 프랑스 등과 외교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당국 제품 불매운동이 정부 차원에서 제안되면 국민들이 일제히 따르는 행태가 되풀이돼 왔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롯데 때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베이징의 한인 밀집 지역인 왕징(望京)에는 건널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롯데마트와 프랑스 유통기업인 까르푸가 마주하고 있다.
지하철역에 두 대형 마트가 자리하고 있는 터라 퇴근길에 장을 보거나 저녁 장을 보는 소비자들은 이 두 곳 마트를 자주 찾는다.
2일 롯데마트의 경쟁업체인 까르푸에서 만난 중국 소비자들은 사드 문제에 대해 관영 매체의 논조를 그대로 체화한 듯 열변을 토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주부 A(43) 씨는 "두 마트가 각각 싼 물건이 달라 신선 제품을 살 때는 롯데마트를 자주 이용했지만, 이제는 롯데마트에 가지 않는다"며 "이유는 모두 사드 때문이다"고 격앙된 어투로 답했다.
이전에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나 포털사이트에서 일부 누리꾼이 반한감정을 부채질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안티 운동'의 영향력이 오프라인으로까지 미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듯한 양상이다.
A 씨는 "이 문제(사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내 주변 친구들도 사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오늘도 한 친구가 돈을 아끼려고 롯데마트로 가려는 것을 일부러 까르푸로 끌고 왔다"고 불매에 많은 사람이 동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소비자 왕페이 씨는 "이전에는 반반씩 두 마트를 이용했었는데 그제 인터넷에서 기사를 본 뒤로는 롯데 제품을 이용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중국에서 많은 사업을 하면서 왜 그런 결정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왕 씨는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롯데마트를 이용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다른 한국 제품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한국 여행도 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이 한국 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알아야 하고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열성' 안티 롯데 소비자들의 의견과 달리 정작 롯데마트 왕징점의 매출이나 업황에는 큰 변화는 없어 보였다.
롯데마트 왕징점에는 오후 5시를 조금 넘기자 하나둘씩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로 채소와 생선, 고기 등을 파는 신선코너가 붐볐다.
매대를 지키는 판매원들도 이전보다 매출이 많이 감소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사드로 인한 매출 감소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왕징점장은 "내가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지금 보시는 것처럼, 손님들이 이전과 큰 차이를 느낄 정도로 줄지는 않았다"며 "사드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전과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과일 판매를 책임지는 과장급 직원 역시 "손님 수가 조금 줄기는 했지만, 일상적으로 줄고 늘고 하는 수준"이라며 "외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급격히 손님이 줄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여론에 민감한 젊은 소비층이 주를 이루는 '인터넷 구매 물건 수취 코너'의 담당자도 사드가 매출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국가 간 갈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서민을 지칭하는 말)이 먹고사는 일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며 "최근 매출에 큰 변화는 없다. 여기 오는 사람들도 사드가 싫겠지만, 그냥 집 옆에 있는 마트에 오는 것을 바꿀 필요는 못 느낀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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