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에서 한국에 배치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군사 대응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사드에 대한 물리적 대응이 세계대전으로 확산될 소지가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67년전 항미원조(抗美援朝: 6·25 한국전쟁의 중국식 명칭) 시대의 분위기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국군의 대표적 강경파 인사로 예비역 소장인 뤄위안(羅援) 군사과학원 위원은 2일 환구시보 기고문을 통해 미사일 등의 경살상(硬殺傷·하드킬) 무기로 사드 배치 진지에 대한 '외과수술식 타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도려내듯 제거하려 했던 전술용어를 차용해 사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의 필요성을 주창한 것이다.
그는 사드의 X밴드 레이더에 대해선 연살상(軟殺傷·소프트킬) 무기체계를 동원, 그 무선전원 부품을 파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군사대응 주장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익명의 한 중국군 전문가는 대만 중국시보에 "중국은 전술적 측면에서 물리적 격파를 포함해 사드를 억제 압박할 강경, 유화 수단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며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크루즈미사일, 장거리 로켓 모두 방어망을 뚫을 수 있고 전자 및 사이버 공간에서도 소프트킬 무기를 동원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장롄구이(張璉괴<玉+鬼>) 교수도 "사드 문제는 중국의 중대 안보이익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중국은 군사적 수단으로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퉈성(張타<좌부변 대신 삼수변 들어간 陀>生)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센터 주임은 "중국은 원래 군비경쟁을 촉발하기를 원치 않지만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핵무기의 양적 질적 수준을 제고해 공격성 탄도미사일 규모를 확대하고 신뢰할 만한 2차 핵반격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칫 미중 전면전, 더 나아가 세계 대전으로 확전될 수 있는 이런 군사적 대응 주장은 사드 문제를 바라보는 중국 측의 비이성적 현실인식을 반영한다.
이와 함께 지난달 27일 사드 부지가 확정된 직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일성이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참전에 나서기 전 내뱉은 경고음과 유사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이에 따라 발생하는 일체의 뒷감당은 미국과 한국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1950년 8월 중국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하기 앞서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외교부장이 미국과 연합군을 상대로 한 "미국 정부는 중국 주권을 침범한데 대한 모든 책임과 그 뒷감당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군은 이 발언 2개월후에 동북변방군 제13병단 산하 제40군단이 압록강을 건너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중국은 당시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을 지원해 자본주의의 침투를 막겠다는 뜻의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 保家衛國)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중국은 관영매체를 동원, 한국과 준(準) 단교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롯데에 전방위 보복 조치를 가하는 동시에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을 초청해 북중 양국의 '견고한 우호관계'를 다짐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과 김정남 암살사건을 외면한 채 한미 양국의 사드배치에 맞서 북한을 끌어들여 두둔하고 있는 중국의 현재 모습은 한중 수교 이전을 넘어 한국전쟁 당시 상황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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