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 대변인 공식 발표…"체포 요청할 법적 근거 애초 없어" 지적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체포해 달라는 요청을 한국 측으로부터 받은 바 없다고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2일(현지시간) 거듭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발생한 북한인 관련 사건은 말레이시아가 조사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에 북한인들이 가담했다는 확실한 정보나 그들을 체포해 달라는 해당 기관의 요청이 러시아 측에 전달된 바 없다"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리는 (이 사건과 관련한) 수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말레이시아의 수사가 마무리돼 공식적인 결과가 발표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자하로바 대변인의 발언은 앞서 지난달 말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가 익명으로 자국 인테르팍스 통신에 밝힌 내용과 같은 것이다.
앞서 국내 한 언론 매체는 지난달 말 러시아가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에 의해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지목된 리지현(33)·홍송학(34)·오종길(55)·리재남(57) 등 북한 국적자 4명을 체포해 달라는 한국 당국의 요청을 거부해 이들이 북한으로 도주하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 측과 정보 공유를 해온 한국 정보 당국은 용의자들이 말레이시아를 떠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을 경유해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을 통해 북한으로 도주할 것으로 파악하고 러시아 측에 이들의 신병 확보를 요청했으나 러시아 측이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련 보도는 이후 러시아 언론을 통해 널리 확산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 현지 외교소식통은 "김정남 피살 사건 관련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말레이 당국에 의해 기소된 것이 아니고, 인터폴의 적색 수배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에 러시아 측에 이들의 체포를 강력히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애초부터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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