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감염되지 않은 임신부의 20배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카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유행한 지난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출산한 신생아 가운데 이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기형을 지닌 채 태어난 경우가 1천명 당 60명꼴이었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지카 바이러스 유행 전인 2013~2014년 1천명당 3명꼴에 비해 20배다.
특히 비정상적으로 머리가 작고 각종 뇌신경이상증을 보이는 소두증 아기 출산 비율은 33배였다.
지카 바이러스 관련 신생아 기형은 신경관 손상이 가장 많고 소두증이 뒤를 이었으며 그 밖에도 척추뼈 갈림증, 백내장이나 시신경 이상 같은 안구 기형, 관절구축증 같은 중추신경계 기능장애 등 매우 다양하다. 감염 임신부의 유산이나 조산 비율도 높다.
임신 1기와 2기의 초기에 감염됐을 경우 기형아 출산 위험이 가장 컸지만 "임신 중 어느 때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기형아 출산에 안전한 때는 없다"고 CDC는 밝혔다.
CDC의 이번 조사는 지난해 미국 내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임신부와 출산아를 조사해 과거 통계와 비교한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 유행이 오래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내 4개 주의 한 해 동안 발생상황을 토대로 살펴본 것이라는 한계는 있으나 지카 바이러스가 기형아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CNN 방송에 따르면, CDC 태아 기형 부문 책임자 페기 호닌 박사는 이번 조사 결과는 "지카 바이러스의 파괴적 영향과 함께 임신부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에 물리거나 감염된 피의 수혈, 감염된 사람과의 성적 접촉 등으로 전염된다. 감염 증상으론 열, 피부 발진, 눈 충혈, 관절 통증 등이 있다.
문제는 감염이 돼도 5명 중 4명 이상에게는 이런 증세조차 나타나지 않아 자신이 감염됐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가지만 임신부와 태아 등에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백신은 임상시험 중이며 치료제가 없어 증상을 완화해주는 방법밖에 없다.
따라서 특히 임신 여성은 지카 바이러스 발생지역으로 여행하지 않도록 보건당국은 권고한다.
남성의 경우에도 이런 지역을 여행한 경우 최소 6개월~1년 정도는 금욕하거나 파트너와의 성접촉시 반드시 콘돔을 사용토록 권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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