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금융시장의 믿음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눈이 4일 오전 3시(한국시간) 시카고경영자클럽에서 연설에 나서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입에 쏠린 가운데, 시장의 장기 금리전망에는 아직 변동이 없어 투자자들의 대비가 미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3월 인상확률을 90.0% 반영하고 있다. 금리 인상확률은 5월에는 91.3%, 6월에는 96%까지 올라간다.
불과 열흘 전 이달 금리 인상확률이 3분의 1수준인 34.0%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순식간에 폭등한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인상확률은 75.3%, 5월은 79.0%, 6월은 89.7%에 달한다.
옐런 의장은 이날 시카고 경영자클럽에서 경제전망에 대해 연설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와 이달 금리 인상 여부를 가늠할만한 발언을 내놓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4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의 상반기 통화정책 청문회에 출석해 "앞으로 있을 (통화정책) 회의에서 고용과 물가상승이 예상대로 진전될 경우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추가 조정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이사는 2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3월 금리 인상을 위한 논거가 모두 한꺼번에 모였다"면서 "토론의 논제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최근 연준 위원들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 행진에 합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이번 달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확신이 커지고 있지만, 이들은 이후 장기적으로 발생할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장기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데 베팅한다면 유로달러 스프레드가 좁혀져야 하고, 장기스프레드가 단기스프레드보다 큰 폭으로 축소돼야 하는데 지금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에릭 로버르첸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글로벌 거시전략부문장은 "시장이 진짜 연준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겁을 먹었다면 달러화 가치는 신흥통화 가치보다 더 상승해야 할 것"이라며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이 향후 2년간 미국의 금리 정상화에 따른 영향을 모두 반영한다면 달러화 가치가 10%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이 장기금리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2개월간 연준 이사회에 3명을 새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케이 반피터슨 삭소캐피털마켓츠 글로벌 거시투자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르는 사람들은 매파적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인프라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추가로 빚을 내야 할 텐데, 금리 인상에 한계가 있을 테고 5%까지와 같은 급격한 인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 금리를 0∼0.25%로 낮추는 '제로금리' 정책을 폈다가 2015년 12월에 기준금리를 0.25∼0.5%로 올렸고, 지난해 12월에 0.5∼0.75%로 한 번 더 상향 조정했다.
연준 위원들은 작년 12월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이 1.375%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면서 3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연준은 이후 2018년과 2019년 각각 세 차례 금리 인상을 통해 장기금리를 3%까지 인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과는 시각차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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