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웃겨대는 '신서유기3' 일밤 안착…절반의 성과

입력 2017-03-04 12:00  

생각없이 웃겨대는 '신서유기3' 일밤 안착…절반의 성과

독해진 게임 속 규현·안재현·송민호 끝 모를 '순수' 매력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복잡한 생각 마시고, 그냥 머리를 텅 비우고 즐겨주세요!"

방송 시간을 기존 금요일 오후에서 일요일 밤으로 변경, 지상파와의 한판 대결을 예고한 tvN의 '신서유기3'을 연출한 나영석 PD가 지난 1월 제작발표회에서 남긴 말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정말 생각 없이 웃긴다. 출연자들이 저렇게 몸소 '내려놓음'을 실천하는데, 시청자들도 무게 잡고 볼 필요가 전혀 없다.

은지원이 배꼽 잡는 웃음을 예고했던 '좀비 게임' 등 강력해진 게임 속에 뇌를 싹 비운 듯한 규현, 안재현, 송민호 등 막내 라인의 활약은 한 주의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 브레인으로 불렀더니 허당 매력 폭발…규현·송민호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은 처음인 슈퍼주니어의 규현과 예능 자체가 처음인 위너의 송민호.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막상 스타트를 끊고 나니 '신서유기3'을 끌고 가고 있다.

규현의 경우 제작진이 MBC TV '라디오스타' 등에서 보여준 진행능력을 믿고 '브레인'으로 섭외했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에선 순발력 '제로'인 모습으로 '조아비규환'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사자성어 '시시비비'를 맞히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모습, '자일리톨'을 '자일렌탈'로 답하고 나서 멍하니 있는 장면은 웃음을 안겻다.

송민호 역시 '부르마' 캐릭터에 당첨돼 여장을 하거나 머리숱이 별로 없는 모습을 공개하며 남다른 예능감을 보였다. 퀴즈대결에선 다른 멤버들도 다 맞힐 법한 단어를 계속 틀려 '송모지리'가 됐으며 강호동마저 "적당히 하라"고 난처해 했다.

새 얼굴인 규현, 송민호와 더불어 막내라인으로 분류되는 안재현은 배우 구혜선과 결혼하면서 지난 시즌과 달리 '품절남'이 됐다. 안재현 역시 순수한 허당 매력을 뽐내고(?) 있지만 다른 막내들과 다른 점이라면 바로 그것. 전화통화 등을 통해 종종 등장하는 구혜선은 '제7의 멤버'란 별명까지 얻었다.

강호동·이수근·은지원은 이런 막내라인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강호동은 23살 차이의 송민호를 아들처럼 귀여워하는 모습으로 미소 짓게 하고, 이수근은 역시나 '원래 웃기다'. 은지원은 타고난 '잔머리'로 일당백의 활약을 한다.






◇ 나영석표 게임 어디까지 진화할까

숙식과 연계돼 거의 목숨까지 걸게 만드는 게임. 나영석표 리얼 버라이어티에선 없어선 안 될 주요 아이템이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시절부터 수많은 아이템을 쏟아낸 탓에 이제 총알이 다 떨어졌을 법도 한데, 게임의 진화는 끝을 모른다.

'신서유기3'에선 기본 퀴즈 외에도 이미 '암전 좀비 게임', '마피아 게임', '고깔 고깔 대작전', '과일을 지켜라' 등 수많은 게임이 화제가 됐다.

상금을 걸고 사투를 벌였던 좀비 게임에선 안재현이 어둠 속에서 강호동, 규현, 송민호, 이수근을 차례로 좀비로 만들며 긴박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침대 밑에 숨은 은지원은 결국 놓쳐 1천위안을 고스란히 넘기며 웃음을 안겼다.

별 도구나 장치 없이 '어둠'만으로 웃음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출연진들 간의 조합을 전적으로 믿은 나 PD의 배짱 덕분.

시야를 극도로 좁히는 고깔을 얼굴에 쓴 채 미션을 수행하는 '고깔 고깔 대작전'은 기상천외한 몸개그에 능한 이수근에 최적화된 게임으로, 역시 개그맨은 다르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이 밖에도 지난 시즌 '알을 지켜라'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과일을 지켜라'에선 냄새나는 과일 두리안을 맡아 아무도 견제하지 않는 사이 '어부지리'로 1등을 한 규현의 모습이 폭소를 자아냈다.

같은 게임이라도 멤버가 다르면 전혀 다른 내용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아는 나 PD 덕분이었다.






◇ 3%대 시청률 안착…'개콘' 대항 역부족이라도 온라인 파급력↑

'일요일 밤은 KBS 2TV 개그 콘서트'란 공식을 깨기에 지상파의 벽은 높긴 높았다.

'신서유기3'은 평균 시청률 3%대를 유지하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지만, 10% 내외를 왔다 갔다 하는 '개콘'과는 격차가 상당한 상황이다.

어쨌든 처음에 인터넷판으로 시작했던 '신서유기'가 TV판으로 건너오면서 안착한 것은 사실이다. 또 온라인 파급력은 '개콘'에 밀리지 않는다.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개콘'은 시청자 연령층이 다양한 반면에 '신서유기3'은 주로 10대부터 20대까지 젊은 층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꼭 텔레비전 본방송으로만 시청하지 않는다. 컴퓨터나 모바일로 다시보기를 하거나 재편집된 클립 영상을 보기도 하고, SNS를 통해 확산시킨다.

신효정 PD는 4일 "출연진이 함께 두 번째 여행을 떠나면서 호흡이 더 좋아졌다"며 "제작진도 타깃 시청층 외에 다양한 세대가 편안하게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게임 설명을 더 쉽게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V보다는 모바일로 콘텐츠를 접하는 10대의 시청률이 높은 것으로 봐서 모바일을 통한 화제가 TV 시청으로도 이어진다.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보니 재방 시청률과 VOD 판매량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덧붙였다.

'신서유기3'은 이번주 마지막 본방송 후 다음 주 감독판 방송으로 종영한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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