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유지 수의계약 가능지분 10%→30% 법 개정 논란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2003년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술렁인다.
최근 일부 정치권과 관계 부처가 경제자유구역 내 국·공유재산을 수의계약으로 빌리거나 살 수 있는 외국인투자기업의 기준을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국내 8개 경제자유구역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산업부가 입법예고한 뒤 12월 국회에서 의원 발의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에는 경제자유구역 내 국·공유지 수의계약이 가능한 외투기업 요건을 외국인 투자비율 '10%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지분 비율을 수의계약 체결일로부터 5년간(임대는 임대기간 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법 개정을 주도하는 산업부는 "국내기업이 외투기업을 형식적·편법적으로 설립해 수의계약과 임대료 감면 등의 혜택을 보는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외국인투자촉진법 수준으로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기업이 외국자본 10% 유치로 '무늬만' 외투기업으로 둔갑해 경제특구의 혜택을 보는 것을 사전에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내 경제자유구역 중 선두주자격인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전체가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공유재산이어서 투자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법 개정은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 활성화를 꾀하는 경제자유구역법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현행 외투비율 10% 규정에도 2011∼2015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외투기업 수의계약 체결 18건 중 외투비율 30% 미만은 2건에 불과했다.
법 개정에 실익이 없고 외국자본의 문턱만 높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영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최근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자본이 안 들어오면 경제자유구역을 만든 의미가 없다"며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을 막기 위해 진입장벽을 높이기 보다는 사후관리를 강화해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국기업들은 국내시장 진출 초기에 낮은 지분율로 들어와 국내투자자가 해당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책임져주길 바라는 게 일반적이다.
송도국제도시에 입주한 한 기업 관계자는 "공장을 짓고 수익이 내는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데 외국인 지분을 10%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30%로 올리면 다른 지역을 알아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도 신중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민 의원은 5일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인 만큼 면밀히 살펴 독소조항이 반드시 수정의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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