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한령] 도넘은 표절에 해적판까지 범람…저작권 침해 '심각'②

입력 2017-03-05 09:00   수정 2017-03-05 09:12

[중국 금한령] 도넘은 표절에 해적판까지 범람…저작권 침해 '심각'②

단어 하나 빼고 "새 프로그램" 억지주장…예능 베끼기 더 횡행할듯

업계 "미칠 지경…정부 강력 대응 절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중국의 금한령(禁韓令·한류 금지령)으로 한류 예능은 노골적인 저작권 침해에 직면하게 됐다.

그동안도 한류 예능을 무단으로 베끼는 사례가 빈번했던 중국 방송가는 당국의 금한령을 빌미로 더욱 뻔뻔하게 한류 예능 프로그램의 표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방송가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과의 공동제작을 중단하거나 한류 스타의 방송 출연을 취소시키는 등 일방통행 폭거를 해왔다.





◇ 한류 예능 인터넷 서비스도 차단

유쿠(優酷), 텐센트(騰迅), 아이치이(愛奇藝·iQIYI) 등 중국 동영상 사이트는 지난달 말 '무한도전' '런닝맨' '1박2일' 등 인기 한류 예능 프로그램의 2017년 방송분을 모두 삭제했다.

그전까지 한류 예능 프로그램은 중국 사이트에서 매주 최신판이 업데이트되며 유료로 서비스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중국의 방송·인터넷 규제 기관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으로부터 한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최신작을 서비스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이들 사이트는 2016년 방영분까지만 남기고 최신 버전을 모두 삭제했다.

한국 드라마 팔로워가 많기로 유명한 '봉황천사 TSKS 한극사'라는 계정은 웨이보를 통해 지난달 24일부터 한류 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중단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 계정은 웨이보에 "각 동영상 사이트가 당분간 모든 한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것을 중단한다"면서 "그 이유는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 보복 조치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중국은 한류 프로그램의 TV 방송을 막고, 한류 스타들의 출연을 금지했다.





◇단어하나 빼고 "자체 프로그램" 우겨…노골적 표절 횡행

중국은 이처럼 한류 예능에 대한 시청자의 접근을 다각도로 차단하면서 동시에 노골적으로 표절을 자행하고 있다.

'런닝맨'의 중국판인 '달려라 형제'는 2014년부터 저장위성TV와 SBS가 공동 제작해왔다. 시즌 1에서 바로 시청률 1%를 넘겼으며, 시즌 2에서는 시청률이 5%까지 치솟는 등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저장위성TV는 최근 '달려라 형제'의 시즌5 제작에 돌입하면서 프로그램 제목을 '달려라'로 바꿨다. '달려라'는 '달려라 형제'와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우기면서 SBS와 공동제작도 하지 않는다.

SBS 글로벌콘텐츠팀의 김용재 PD는 5일 "중국 방송사는 프로그램에서 한국적 요소를 뺐다고 주장하면서 저작권료 지급이나 수익 배분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의 사드 보복은 방송가에 자연재해나 마찬가지"라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중국판 '나는 가수다'를 만들어온 후난위성TV는 최근 프로그램 제목을 '가수'로 바꾸면서 한국적인 색채를 지웠다.

중국 소식통은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정치적 영향 외에 중국 국산 예능프로그램 육성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막무가내 제재를 틈타 한류 예능 베끼기는 이미 도를 넘었다.

올초부터 후난위성TV는 SBS TV '영재발굴단'을 베낀 '신기한 아이'와 tvN '삼시세끼'를 복사한 '동경하는 삶', SBS TV '판타스틱 듀오'를 따라한 '위샹허니창' 시즌2를 나란히 주말 프라임 타임에 편성했다.

또 장쑤위성TV는 KBS 2TV '노래싸움 승부'와 SBS TV '신의 목소리'를 표절한 '더 나은 소리'와 '끝까지 노래한다'를 토요일에 잇따라 편성했다.

상하이 위성TV는 SBS TV '정글의 법칙'과 유사한 '꽃보다 프렌즈', '신의 목소리'와 유사한 '천뢰지전'을 방송중이다.

중국은 방송 채널이 2천개가 넘으니 한류 표절 프로그램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방송가의 관측이다.





◇ 미수출작 '도깨비' 버젓이 유통…"불법시청 더 부추길 것"

드라마 '도깨비'가 중국 웨이보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소식이 지난달 27일 전해졌다. 그간 '도깨비'는 웨이보의 영상 파일 공유를 통해 전편을 볼 수 있었으나 최근 금한령으로 삭제됐다.

그런데 여기서 포인트는 '도깨비'가 삭제됐다는 게 아니라, 아예 중국에 수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에 판권이 팔리지 않았음에도 주류 SNS인 웨이보에서마저 버젓이 전편을 볼 수 있었다. 중국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불법시청, 해적판 유통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실제로 중국에 팔리지 않은 '도깨비'는 이미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와 화제를 모았다. 모두 불법시청을 통해서다.

상황이 이렇기에 중국 정부가 한류 콘텐츠의 시청을 막으면 불법시청은 더욱더 횡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날이 갈수록 인터넷이 발달하는 중국에서 한류 팬들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 프로그램을 찾아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런닝맨' '무한도전'처럼 중국 팬들이 열광적으로 소비해온 예능프로그램의 정식 유료 서비스가 차단되면, 공짜 해적판 유통은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김용재 PD는 "인터넷을 막아도 해적판이 버젓이 돌아다닐 것"이라며 "그럼에도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안인배 독립제작사협회장은 앞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눈앞에서 내 물건을 중국 방송사가 도둑질해가는데 막을 방법도, 혼내줄 방법도 없으니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문체부, 방통위 등 정부가 나서달라고 호소했지만 진척이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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