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연구원 "작년 10월∼올 1월 임명된 44명 중 24명 공무원 출신"
공공금융기관 CEO '모피아' 잇따라…"탄핵정국에서 관료 출신 득세"
"관피아, 줄서기 문화 등 폐단 유발" vs "전문지식 있으면 나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탄핵정국을 틈타 '관피아'(관료+모피아)가 부활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이뤄진 공공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는 '모피아'(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출신 관료)가 강세를 보였다.
5일 시민단체인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간 임명된 44명의 공공기관장 중 과반인 24명(54.5%)이 전직 관료였다.
이 기간에 관료 출신이 기관장으로 취임한 공공기관으로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에너지공단, 전략물자관리원,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근로복지공단, 한국마사회, 한국고용정보원 등이 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조사 이전에는 임명 공공기관 중 관료 출신 비중이 30%가 안 됐는데 이제는 과반이 넘는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공언했던 '관피아 철폐'가 무력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 이후 청와대 쪽 압력이 줄어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낙하산으로 내려갈 통로는 좁아졌고 그 영향으로 주무 부처에서 (관료들을) 많이 집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금융기관장에는 '모피아'들이 많이 기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에 문창용 전 기재부 세제실장이, 같은 해 12월 예탁결제원 사장에 이병래 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각각 취임했다.
올해 1월에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에 김규옥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취임했다. 김 이사장은 기재부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지난 2일에는 수출입은행장으로 최종구 SGI서울보증 사장이 내정됐다. 최 사장도 기재부에서 국제업무관리관 등으로 일했고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도 지냈다.
이외에 남봉현 전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이 지난 2월 인천항만공사장에 임명됐고 이달 들어서는 문재도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아직 이달 말 주주총회 의결이 남아있지만 지난달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도 옛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이다.
정부가 '관피아' 폐단을 막기 위해 공직자에 대해서는 퇴직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유관 기관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관료 출신들의 공공기관장 인선에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줄서기 등 낙하산의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관피아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금융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는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직 관료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 교수는 "낙하산이 내려오는 기관에는 '줄서기 문화'가 생길 수 있다"면서 "이는 조직의 효율성과 사기를 무너뜨린다"고 밝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이 기관장으로 가는 게 문제가 되지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기관장으로 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lee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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