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가 본 15년 전 한국의 반미 열풍

입력 2017-03-04 11:55  

미국 전문가가 본 15년 전 한국의 반미 열풍

신간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2002년 한 포털사이트가 누리꾼을 대상으로 진행한 '올해의 뉴스' 설문조사에서 '반미 열풍'이 1위에 올랐다.

그해 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미국인 안톤 오노는 이른바 '할리우드 액션'을 취해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김동성의 실격을 이끌어냈고, 6월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월드컵 열기로 인해 조명받지 못했던 여중생 사망 사건은 뒤늦게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2002년 11월부터 주한 미국대사관이 있는 서울 광화문에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15년이 흐른 지금, 한국에서 '반미'를 외치는 목소리는 거의 사라졌다. 그때 한국인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미국을 반대했던 것일까.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신간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산처럼 펴냄)에서 2000년을 전후해 한국 사회에 들불처럼 퍼졌던 반미 현상을 냉정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주한 미국대사관 정치과장을 지내고, 2002년부터 2년간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일한 저자는 먼저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데 '반미주의'라는 말처럼 정확한 표현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반미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에 대해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면서도 "그들은 한미 관계가 불합리하다는 완벽한 진정성을 갖고 시위에 동참했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보기에 반미주의는 시간이 흐르면서 눈덩이처럼 커졌다.

1999년 AP통신이 한국전쟁 때 미군이 충북 영동 황간면 노근리에서 무고한 한국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보도를 내보낸 것을 시작으로 3년간 주한 미군이 독성물질을 한강에 방류했다는 환경단체의 발표, 미군의 화성 매향리 사격장 오폭 사고, 김동성 쇼트트랙 사건, 여중생 사망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미국을 향한 반감이 증폭됐다.

이 과정을 지켜본 저자는 한국인들이 근대사를 열강에 의해 희생된 시기로 인식하고 있고, 다시는 강국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는 불안감을 지닌 탓에 반미 감정이 터져 나왔다고 분석한다.

이어 한국인의 머릿속에는 미국이 더 크고 강력한 나라이기 때문에 한미 간의 합의는 언제나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편견이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또 반미주의와 얽혀 있는 일련의 사건 중 일부는 미국의 잘못된 행동이 원인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국내 언론이 이를 과도하게 부풀렸다고 지적한다.

진보 언론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까지 합세해 미국에 비판적이고 민족주의적인 태도를 유지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반미주의는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2002년 대선에서 반미주의가 미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던 노무현 후보의 당선에 어느 정도 기여했고, 노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하면서 반미주의도 시나브로 힘을 잃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2008년 광우병 파동에서 알 수 있듯, 한국에서 반미주의는 언제든 부흥할 수 있다. 저자는 한미 당국이 대북정책이나 대중정책에서 충돌하면 반미주의가 다시 분출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외교정책이라 할 수 있는 한미동맹조차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양국 관계를 보다 깊이 있게 성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수빈 옮김. 384쪽. 2만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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