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라인, 현대重 컨테이너선 인도 미루고 한진 선박 빌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한진해운[117930] 파산이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진해운이 보유했던 컨테이너선이 싼 가격에 시장에 풀리면서 대형 선사들이 신규 발주를 꺼리거나 이미 주문한 선박의 인도를 지연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이 현대중공업[009540]에 발주한 1만4천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 가운데 일부의 인도 시기를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뤘다.
머스크라인의 모회사인 APMM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야콥 스타우스홀름은 지난달 2016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만4천TEU급 선박 인도를 2018년까지 미뤄 1년 동안 자본지출(CAPEX)을 줄이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2015년 7월 머스크라인으로부터 컨테이너선 9척을 11억 달러에 수주했다. 당초 이들 선박은 올해 모두 인도될 예정이었지만 이 중 4~5척이 내년으로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를 미룬 이유는 현재 해운업계가 선박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선박 대금을 치르고 바로 새 배를 받는 것보다 용선(이용료를 내고 배를 빌려 쓰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라인은 작년 3억7천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탓에 선박 대금 등 자금 소요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있다.
머스크라인은 인도를 미룬 대신 한진해운이 운영했던 1만3천1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한진해운이 내던 용선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해운전문 컨설팅업체 드류리(Drewry)의 지난 1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직전에 운영하던 컨테이너선 98척 중 31척을 경쟁선사가 용선하고 있으며 이 중 머스크가 가장 많은 11척을 운영 중이다.
이렇게 대형 선사들이 새 배를 사는 대신 한진해운 선박을 싼값에 용선하면서 신규 컨테이너선 발주는 메말랐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8천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금액은 2015년 160억 달러에서 2016년 5억 달러로 급감했다.
대형 컨테이너선은 2016년 7월 5억 달러 규모의 발주가 이뤄진 이후 올해 1월까지 신규 발주가 아예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처럼 조선업체가 발주처의 일방적인 인도 지연을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통상 발주처 사정으로 인도를 늦출 경우 일부 대금을 미리 지불하거나 위약금을 물어야 하지만 머스크는 현대중공업 선박의 인도를 지연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드류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조선소의 취약한 입지는 컨테이너선사에 선박 인도를 늦춰 선박의 수요와 공급을 선사에 더 유리하게 맞출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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