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5만원서 뒷걸음…외국계IB 잇따라 부정적 전망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올해 들어 장밋빛 실적 전망에 증시 상승을 주도한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최근 주춤거리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호조로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연일 신고가까지 경신하며 '마의 벽' 5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시 5만원 선 아래로 내려왔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했을 수 있다.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흐름이다. 하지만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잇따라 반도체 업종의 '고점' 가능성을 제기하자 상승세가 급격하게 꺾였다.
일각에서는 막연한 추론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공매도와 연결지어 의혹마저 제기된다.
국내증권사들이 반도체 업종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탓이다.
◇ 외국계 "반도체 1분기가 고점"…부정적 전망 잇따라
외국계 IB인 UBS는 지난달 8일 보고서에서 현재의 반도체 시장 호황을 '재고 비축기'로 평가하며 SK하이닉스 주가가 내년 30% 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UBS는 "D램 시장은 2분기부터, 낸드 플래시는 하반기부터 공급과잉이 일어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최근의 D램 수요 부족과 가격 폭등은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재고비축 수요에 따른 것으로 추세가 꺾일 수 있다며 재고비축이 마무리되면 공급과잉 구도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업종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D램 시장 사이클이 고점에 근접했고 낸드 플래시도 하반기에 공급과잉이 일어나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외국계 IB들은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지분인수 가능성을 두고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유럽계 IB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지난달 24일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지분인수 참여에 대해 성사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했다.
CS는 "SK하이닉스가 현금도 있고 채권 발행도 가능해 인수 자금은 충분하다"면서도 "전략적 투자자를 선택하는 것은 판매 주체인 도시바로, 도시바가 경쟁업체에 주요 자산인 반도체 사업부를 매각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지분인수에 대해 "소수 지분 인수로 도시바의 기술을 완전히 확보할 수 없다"며 "지분인수가 오히려 SK하이닉스의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유독 외국계를 중심으로 부정적 전망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사이트인 세이브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 대한 주식대차잔고는 3개월 전인 12월 5일 3천248만1천237주에서 지난 2일 4천382만2천390주로 35%나 급증했다.
주식을 빌려 놓는 대차잔고가 전부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이 기간 차입 잔고의 외국인 비율은 77% 수준이었다.
◇ 국내 증권사 "반도체 당분간 호조 지속"
외국계와 달리 국내 증권사들은 지속적으로 반도체 업황이 당분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달 이후에도 삼성전자와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신제품 출시에 따른 모바일 D램 수요 증가와 PC 업체들의 적극적인 물량 확보, 제한적 공급 증가, 서버향 수요 증가 등으로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급등세를 보였기 때문에 하반기 가격 상승세 자체는 둔화할 수 있지만 가격 하락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시장에서 제기되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의 하락 여부는 수요 면에서는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재고 조정, 공급 면에서는 삼성전자의 생산설비 증설에 달렸다"며 두 요소 모두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그는 "중국 업체의 재고 조정은 아직 이르고, 삼성전자의 D램 생산설비 증설도 지금으로써는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지금의 호황 국면을 충분히 즐기자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각각 '매수'에서 '단기매수', 6만5천원에서 5만4천원으로 하향 조정했으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13%나 급증한 6조9천800억원으로 전망했다.
도현우 연구원은 "2분기 이후로 예정된 주요 업체들의 D램, 낸드플래시 관련 투자가 공급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최근 반도체 수급이 양호하고 SK하이닉스의 경쟁력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chom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