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줄어드는 추세"…중국동포·유학생들도 불똥 튈까 걱정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김현정 이승환 기자 = 중국의 갑작스러운 '한국여행 금지령'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명동 등 국내 주요 유커(游客) 상권이 전례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여행사들에 한국 여행상품의 전면 판매중단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3일 오후 서울 명동 쇼핑 거리와 음식점 등은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게 중국인들로 북적였다.
'쇼핑 메카'인 롯데백화점 본점 앞은 여행 가방을 들고 한국 관광가이드 책자를 든 유커들이 몰렸고, 백화점 안에서도 중국 동포 직원들과 쇼핑 상담을 하는 중국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겉보기와 달리 명동 상인들은 "안 그래도 유커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여행금지 조치로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명동의 한 화장품 판매점 박모(28) 매니저는 "2월 하순까지도 괜찮았는데 최근 일주일 사이 급격히 안 좋아지는 것을 체감했다"며 "여행금지령 뉴스를 보고 앞으로 더 걱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화장품 판매점의 김모(44) 점장도 "3개월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줄기 시작했고 2월 말부터는 줄어드는 폭이 더 커졌다"라며 앞으로 관광 경기 위축을 우려했다.
명동 거리에서 잡채 요리를 파는 노점상 이모(40)씨는 "올해 초 중국에서 전세기를 막았다고 한 다음부터 매출이 절반 넘게 줄었는데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떡갈비를 파는 40대 조모씨도 "6년 동안 여기서 장사를 했는데 손님이 없기는 메르스 이후 두 번째"라고 말했고, 과즙 음료를 파는 전모(36)씨는 여행금지령 소식과 관련해 "이보다 어떻게 더 줄어들 수 있느냐"고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매출 전망에 잔뜩 먹구름이 낀 상황은 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롯데백화점 여성복 판매직원 김모(여·30)씨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으로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인 관광객이 전체 매출의 50%에 이른다. 하루에 100만원어치 옷을 사는 중국인들도 있다"며 "여행금지령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 자칫 매장 경영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유커 고객을 응대하기 위해 고용된 중국 동포와 중국인 유학생들은 자칫 여행금지령으로 인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 최모(여·28)씨는 "중국 동포들은 중국어를 할 줄 알아서 백화점에서 일하는데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 우리가 설 땅도 좁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백화점 인근 노상에서 딸기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국 유학생 진모(여·24)씨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며 "중국 내 혐한론이 확산하면 여행객뿐 아니라 우리 같은 유학생도 체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이날 한국에 입국했다는 중국인 회사원 왕모(30)씨는 "사드를 잘 모르지만, 인터넷을 보면 한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것 같다"며 "국민이 자발적으로 롯데 등 한국 기업을 이용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있다"고 중국 내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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