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역할 나눈 조직적 범행 엄단해야…가담 정도 무겁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며 보이스피싱 조직이 억대의 금액을 가로채도록 도운 '유인책' 가담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이차웅 판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모(22)씨와 이모(21)씨에게 각각 징역 2년 6월과 1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송씨 등은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꼬드긴 보이스피싱 조직원 유모(기소중지)씨를 통해 2014년 7월 중국으로 건너가 이 조직에 들어갔다.
이들은 범행이 성공하면 가로챈 돈의 5∼7%를 '성과급'으로 받기로 하고 유인책 역할을 맡았다. 검찰 수사관인 척하며 피해자들이 개인정보를 컴퓨터로 직접 입력하게 만드는 역할이었다.
송씨는 베이징에 있는 조직 사무실에서 장모(25·여)씨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중앙지검에서 범인을 검거했는데 당신 명의의 대포통장이 개설돼 범죄에 이용됐다"며 조직이 만든 가짜 검찰청 사이트 주소를 알려줬다.
이 사이트에서 '사건목록'을 본 장씨는 송씨가 진짜 수사관인 줄 알고 깜빡 속아 넘어갔다. 이어 검사를 사칭한 다른 조직원의 안내대로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송씨 조직은 이 정보로 장씨의 은행·증권 등 계좌에서 2천500만원을 인출했다.
송씨와 이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이 총 1억100만원을 장씨 등 피해자 6명으로부터 가로채도록 도왔다.
이들은 기대한 만큼 돈을 벌지 못했다며 출국 두 달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고, 피해자의 신고로 수사 중이던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이 판사는 "보이스피싱은 다른 공범들과 역할을 세분화해 조직적으로 이뤄지므로 가담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엄단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이 한 유인책은 범행의 핵심적인 역할로 현금 인출책보다 가담 정도가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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