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정부 심각한 수준…부시 정권 고위관료들도 처벌해야"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 및 인권 특별보고관은 3일(현지시간) 심문 수단으로 고문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피가 싸늘하게 식을 정도로 충격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영국 변호사인 에머슨 보고관은 제34차 유엔인권이사회(UNHRC) 총회가 진행 중인 제네바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불법 고문을 허용한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정부 때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고위 관료들이 불법 구금과 송환 고문 프로그램에 연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에머슨 보고관은 "취임 초 대테러 수단으로 고문의 가치를 극찬하고 고문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밝힌 부분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준비 안 된 정부의 심각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인권, 형사법 전문가인 에머슨 보고관은 올해 6년 임기를 마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문 옹호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 장관이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자 매티스 장관의 뜻을 따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CIA 수장으로 고문을 옹호하고 구금, 심문 프로그램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해왔던 마이크 폼페오를 임명한 것을 두고 미국이 고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CIA 부국장으로 임명된 지나 해스펠은 CIA에서 32년을 근무한 베테랑 스파이 출신이지만 CIA 비밀 감옥 운영에 개입하고 고문 프로그램을 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에머슨 보고관의 비판과 관련해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한 미국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은 최근 유엔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을 계속 비판하자 편향적이라고 불만을 나타내면서 이사국으로 계속 남아있을지 재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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