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착 리정철 "말레이 수사는 北존엄 훼손 모략…증거 날조돼"(종합2보)

입력 2017-03-04 07:35   수정 2017-03-04 08:42

中도착 리정철 "말레이 수사는 北존엄 훼손 모략…증거 날조돼"(종합2보)

"말레이 경찰이 자백 강요"…사건 관여 부인

공항서 "이런식으론 안해…똑바로 하자", 기자들에 "내말 끝나면 물어보라"




(베이징=연합뉴스) 진병태 기자 = 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추방된 북한 국적 리정철(46)이 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는 '북한의 존엄을 훼손하기 위한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리정철은 전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말레이시아항공 MH360편으로 출국해 이날 새벽 베이징에 도착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리정철 이날 오전 0시 20분(한국시간 오전 1시 20분)께 베이징(北京) 서우두 공항 3터미널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공항에서 취재진이 "기분이 어떻느냐"고 물으며 인터뷰를 요청하자 손을 내밀어 막는 몸짓을 해 보이며 "이런 식으로는 안하겠다. 똑똑히(똑바로) 하자"며 언론 앞에 서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어 도착 2시간가량 뒤인 오전 3시께 베이징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철망 너머로 대사관 밖에 모인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이 "공화국(북한)의 존엄을 훼손하는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경찰이 "날조된 증거"로 김정남 살해를 자백하라고 강요했다면서 경찰이 휴대전화 통화 이력과 독약을 싼 종이, 자신의 가족 사진까지 제시하며 자신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리정철의 이런 태도는 공항에서 생각나는 대로 말하지 않고 '정제된' 발언을 하도록 하려는 북한 당국의 지시에 따른 행동으로 보인다.

리정철은 지난달 13일 발생한 '김정남 VX 암살'에 연루된 혐의로 말레이 경찰에 유일하게 체포됐던 북한 국적자다.

말레이 사법당국은 리정철이 북한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등 범행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그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데다가 물증 확보에도 실패하자 기소를 포기했다.

리정철은 이날 기자들에게 13분가량 발언을 이어 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가 공공장소에서 언론에게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흥분한 듯 목청 높여 말하기는 했으나, 그는 먼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 리정철입니다"라고 말했고 말레이시아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내 말이 끝나면 물어보라"면서 인터뷰를 주도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으며 사건과의 관련성은 전면 부인했다.

리정철은 자신은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공항에 있지 않았다면서 문제의 차량이 그의 소유라는 보도도 부인했다. 그는 자신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비누 원자재 무역에 종사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말레이 경찰이 모두 자백하면 말레이시아에서 잘 살 수 있다고 부추겼다며 "천만에, 말레이시아 땅에 아무리 잘 산다 할지라도 내 조국만 못하다"면서 "나를 이제까지 키워준 조국을 어떻게 잊겠느냐"고 기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매일 밤 매일 낮 하루하루가 10년처럼 힘들었다. 그러나 조국이 있기 때문에 견뎠다. 하루에도 열 번 스무 번 노래를 했다. 내 노래를 듣고 싶느냐"라고도 말했다.

환구시보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는 불공평했고, 아내와 아이들의 생명을 가지고 위협했다. 거짓 증거와 범죄 증거를 인정하라고 했지만, 끝까지 이를 부인했고 결국 풀려났다"는 리정철의 발언을 소개했다.

si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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