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 전문가 제언…"예상된 보복에 대비 부족"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중국 및 외교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추진과 관련한 중국의 가중되는 보복 속에서도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드가 미중 전략경쟁과 관련된 사안인데다 최고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위신이 걸린 문제이기에 중국이 쉽게 물러서지 않겠지만 고위급에서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고 우리의 입장을 알림으로써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견해였다.
더불어 이달 하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한중일을 순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드의 또 다른 당사자인 미국을 통해 중국에 보복 중단을 촉구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다음은 4일 전문가들과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양갑용 성균관대 교수 = 사드 문제는 중국 국내적으로 시진핑의 지도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물러설 수 없다는 태세다. 자기 입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시진핑의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중국 국내 정치 과정에서 최고 지도자(시진핑)가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몇번 했기에 중국이 물러선다는 것은 지도자의 결심이 없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시진핑이 마음을 돌려야 하는데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열쇠를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다. 한국은 한국 자위권 차원이라고 말하고 중국은 미국의 국제전략 차원에서 사드를 배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간극을 메울 방법이 거의 없다.
우리로선 '사드를 미국의 국제전략에 관련된 문제로 본다면 이 문제를 미중이 직접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고 중국을 설득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강대강'으로 나가면 중국의 의도에 말려든다. 우리로서는 한중 관계의 경색 타파를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요구하면서 정치·외교 갈등이 민간 교류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력하게 말해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지방 정부와 전문가 그룹에서 전할 수 있는 입장을 계속 전해야 한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 = 중국의 현실적인 목표는 당장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려는 것이라기보다는 한국 차기 정부 출범 후 정상외교 등을 통해 풀어보자는 쪽인 것 같다. 또 한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사드 문제가 자신들이 원하는 구도로 전개되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갈등을 풀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방법이 있다면 정치적 성장 배경(최고위급 권력자의 2세 정치인)에 공통점이 있고 상호 신뢰 관계가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외교를 통해 푸는 것인데 정상외교를 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 가장 답답하다. 정상외교는 당분간 불가능하더라도 한중간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현재 김관진)과 외교담당 국무위원(현재 양제츠) 간의 고위 전략대화 채널(2013년 신설) 등 기존에 만들어 놓고도 가동하지 않은 대화 통로가 있다. 정상간에 대화할 수 없다면 그 바로 아래 단계 채널이라도 가동해야 한다. 미중간에도 중국의 대응 수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조세영 동서대 교수 = 외교관계에서 보복 조치는 드문 일이 아니다. 중국에만 한정된 일이라고 하긴 어렵다. 예상되는 불이익이나 보복조치가 있을 때는 결정을 신중하게 해야한다.
이번 사드의 경우도 배치 결정(작년 7월) 전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는 점이 과거의 경험상 충분히 예견됐다. 그렇다면 서둘러 사드 배치를 결정했을 때의 득실 계산이 가능했었다고 본다.
'3No'(요청·협의·결정 없음) 정책을 유지하다가 충분한 국내적 논의없이 갑자기 결정하면서 충분히 예상되는 불이익에 어떻게 대비할지, 중국의 반발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중국이 옹졸하다고, 중화 제국주의라고 욕만 해서는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상대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있었어야 하는데 국내적으로 의견이 분열됐다.
결정됐으니 서둘러 배치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앞으로 국내적으로 사드에 관해 국론을 통합시키고 지지를 확보하려면 배치를 밀어붙이려고만 하지 말고 사후적으로나마 중지를 모으고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 정부 출범 전에 마무리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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