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굴기 中국방비증가율 29년만에 최저치?…은폐성예산 주목

입력 2017-03-05 11:42  

군사굴기 中국방비증가율 29년만에 최저치?…은폐성예산 주목

전인대 보고에선 발표 안해…푸잉 대변인 "7% 안팎될것" 언급

외견상 두자릿수 증가율 이어 2016년 7.6%보다도 낮아

성장둔화·중국위협론 고려한 조치 분석도 나와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에 맞서 10% 이상으로 대폭 증액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의 국방비 예산이 올해도 예측을 벗어나며 한 자릿수 증액에 그쳤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과 함께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으나 그간 통상적으로 이뤄지던 국방예산액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전날 푸잉(傅瑩) 전인대 대변인의 기자회견 형식을 빌어 7% 수준의 대략적인 국방비 예산 증가 폭만을 밝혔다.

푸 대변인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올해 국방비 예산 증가 폭은 7% 안팎이 될 것"이라며 "전체 국내 총생산(GDP)의 1.3% 수준으로 최근 몇 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재정부가 제공한 정확한 수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 국방비는 전년보다 668억 위안(11조2천억원) 늘어난 1조211억 위안(171조2천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선을 돌파했지만 2년 연속으로 한 자릿수 증액에 그친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국방비는 전년보다 7.6% 늘어난 9천543억5천만 위안이었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최근 들어서 2011년 12.7%, 2012년 11.2%, 2013년 10.7%, 2014년 12.2%, 2015년 10.1% 등으로 계속 두 자릿수 증액을 이어왔다.

이로써 올해 국방예산 증액 폭이 7% 초반대라면 1988년 이후 29년만의 최저치 증액이 된다. 중국 국방예산의 증가폭은 2017년 약 7%, 2016년 7.6%, 2010년 7.5% 증액을 제외하면 1988년(3.8% 증액) 이후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국방예산은 최근 미국이 내년 국방비 예산을 역대 최고치인 10% 늘어난 6천30억 달러(684조1천35억 원)로 책정한 이후 두 자릿수 증액이 예상됐었다.

중국이 대규모 군비 증액을 통해 한반도 주변의 미일 군사력에 대응하는 한편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에 나서고 제1열도선을 돌파해 서태평양, 인도양에 진출할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국방비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지만 미국 국방비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예상을 벗어난 중국 국방예산엔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가 반영돼 있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작년부터 중국 국방비 증액폭은 6∼7%대로 둔화된 성장률 수준에서 유지돼 왔다.

푸 대변인도 국방예산 문제를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으로 설명하면서 "미국은 국방비가 이미 많은 데도 추가로 더 늘리려 하고 있다"며 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2%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을 종용한 것도 문제를 삼았다.

리 총리는 이날 올해 중국의 성장률 목표를 6.5% 전후로 제시했다.

예비역 소장인 쉬광위(徐光裕) 중국 군축·감군협회 고문은 "평화 시기 중국의 군비증액은 GDP 증가율을 과도하게 넘길 필요가 없다"며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줄여야하지만 수량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군이 정예화, 현대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방대한 군비 증액이 필요치 않다는 점도 국방예산 증가폭이 한자릿수에 그친 요인으로 풀이된다.

홍콩 군사평론가 량궈량(梁國樑)은 "합리적 수준의 증액으로 기본적인 중국 국방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평가한 뒤 "올해는 무기 첨단화와 감군 계획이 실현 단계에 오를 때지만 관련 지출은 이미 과거 계획된 예산에 산입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30만명의 감군으로 600억∼800억 위안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절감분이 올해 국방예산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국제사회의 '중국 위협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푸 대변인은 "중국의 군사력은 방어와 아시아 역내 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지난 10여 년간 발생한 전쟁과 갈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재산 피해가 났지만, 중국은 한 번도 다른 국가에 손해를 끼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처럼 저조한 군비 증액은 감군 정예화에 따른 퇴직 군인들의 보상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작년 10월부터 퇴역후 처우에 불만을 품은 군인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군은 시진핑(習近平)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주도로 현재 230만명인 병력을 30만명 줄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남중국해를 비롯한 동아시아 일대에서 미국의 전력에 맞서기도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중국은 공식적인 정부 예산안의 정액 예산 외에도 외부에서 탐지하기 어려운 일정 규모의 은폐성 군사예산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과학기술 연구비나 지방 정부 개발비 등에 편입해 통계로 잡히지 않는 국방비도 적지 않다.

캐나다 칸와(漢和) 디펜스리뷰의 편집장 안드레이 창(平可夫)는 "중국의 실제 군사비는 공식 수치의 3배에 이를 것"이라며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쏟아붓은 수십억달러의 자금도 하이난(海南)성 개발비 예산에 들어가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중국 정부가 이날 구체적인 국방예산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점도 앞으로 중국의 군비 운용이 한층 은밀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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