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 굳은 표정에 일부 하선 안해…면세점·관광버스·통역안내 타격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한 달에 10번 정도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태웠는데…크루즈선이 안 들어오면 당연히 타격이 크겠죠."
5일 오전 7시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입항한 아시아 최대 규모 크루즈선 퀀텀호(16만8천t급)에서 내리는 중국인 관광객을 기다리는 50대 중반의 한 관광버스 기사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퀀텀호에는 중국인 관광객 등 4천여 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을 태우려고 줄지어 선 관광버스 100여 대가 부두를 빼곡히 채웠다.
퀀텀호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추진에 따른 중국 당국의 한국 여행 금지 조치 이후 부산항에 처음 입항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이날 부두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배에서 내리는 유커의 얼굴에는 여행의 즐거움도 볼 수 있었지만 굳은 표정도 엿볼 수 있었다.
손님을 기다리는 한 관광통역안내 직원은 "퀀텀호 승객들은 이미 보름 전에 예약했기 때문에 취소하지 않고 예정대로 부산을 찾았다"며 "지난주까지만 해도 배에서 내리면 손을 흔들고 밝은 표정으로 서로 인사했는데 이번에는 무표정한 사람들이 많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이 직원은 "현재 중국 현지에서 여행객모집을 하지 않기 때문에 15일 이후에는 부산을 찾는 크루즈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관광통역안내 자격증을 취득해서 지난해 부산으로 왔는데 사드 갈등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다른 관광통역안내 직원은 "한국 여행 금지 조치가 본격화되면 부산을 찾는 크루즈선이 확 줄게 될 것이고 우리는 실업자가 될 것이다"며 "지난해 사드 갈등 이후 이런 상황이 충분히 예상됐지만, 정부는 손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퀀텀호 승객들은 배에서 내려 해동용궁사, 남포동, 면세점 등을 방문하는 코스로 움직였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이 중국 당국의 타깃이 되면서 부산 롯데면세점도 영향을 받았다.
일부 유커의 요구로 롯데면세점 대신 다른 면세점 등으로 방문 코스를 변경하기도 했다고 한다.
중국 내 반한감정을 의식해 배에서 내리지 않는 유커도 있었다.
한 관광버스 기사는 "40명을 태울 예정이었으나 10명 정도가 배에서 안 내려 그대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부두에서 만난 한 여행사 직원은 "크루즈는 비자가 없어 관광객 모집이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비행기를 이용한 패키지 상품 이용객은 중국 당국이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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