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합법적 도박인 사행산업 매출이 지난해 21조 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보인다. 불경기가 깊어지면서 도박 '한탕주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계 기관에 따르면 복권, 강원랜드, 경마, 경륜, 경정,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소싸움 등 사행산업 매출은 지난해 20조3천558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원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집계에 포함되는 외국인 카지노 매출은 이 잠정치에서 빠졌다. 외국인 카지노 매출은 2015년에 1조2천억 원대였다. 외국인 카지노까지 더하면 지난해 사행산업 매출이 21조 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행산업 매출은 2015년 20조5천42억 원으로 사상 처음 20조 원을 넘어섰다.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사행산업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전국의 '인형 뽑기방'은 1천433곳으로 1년 전 21곳의 68배가 됐다. 적은 비용으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이용자가 급증한다고 한다. 인형 뽑기방 사례에서 보듯 도박은 불법 또는 비합법 영역이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된다. 사감위 연구 용역을 받은 충북대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약 75조 원으로 합법시장의 3.7배에 달한다. '도박꾼'들이 주로 이용하는 하우스 도박, 불법 온라인 게임, 사설 경마, 사설 카지노 등이 이런 사례이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지나친 도박은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친목, 오락 목적으로 시작된 도박이 중독까지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의 돈을 빌려 도박자금으로 쓰다가 패가망신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감위의 '2016년 사행산업 이용실태' 보고서를 보면 일반인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5.1%였지만 사행산업 이용자의 유병률은 35.4%였다. 사행산업 이용자의 3.1%는 주로 '빚'을 얻어 도박자금을 구했고, 5.1%는 연금 같은 사회보장금까지 도박에 썼다.
요행 심리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적절히 조절하지 않으면 개인의 삶을 황폐화하고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쉽게 큰 돈을 벌 것처럼 유혹하는 불법도박은 철저히 엄금할 필요가 있다. 술이나 담배처럼 도박은 불경기 때 오히려 매출이 느는 경향이 있다. 당장 경기를 회복시킬 방법은 마땅치 않다. 하지만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은 다각적으로 강구할 수 있다. 예컨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관행을 줄여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도박 중독 치료 프로그램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사행산업 사업자가 부담하는 중독예방·치유 부담금을 대폭 높이는 방안은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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