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사건 수사 등을 둘러싼 북측의 주권침해성 발언으로 말레이시아 당국이 단행한 비자면제협정 파기가 6일부터 발효됐지만, 아직 이에 따른 영향은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다.
6일 현지 소식통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측의 비자면제협정 파기 첫날인 이날 오전까지 말레이시아 이민국은 물론 평양주재 말레이 대사관 측도 비자면제협정 파기와 이에 따른 비자발급 관련 공지문을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지 않고 있다.
한 소식통은 "아직 말레이시아 이민국과 평양주재 대사관 등 홈페이지에 관련 공지를 찾아볼 수 없다"며 "북한의 도발적인 주권 침해성 발언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신속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지만, 아직 실무선에서 준비가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자면제협정이 파기되면서 이날부터 말레이시아에 입국하고자 하는 북한 주민은 별도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지에 장기 체류하는 북한 출신 이주 근로자와 사업가 등은 대부분 비자를 발급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비자 만료 시점까지는 출국하지 않아도 된다.
또 단기 방문을 위해 기존에 입국한 북한인들도 말레이 이민국이 찍어준 입국 확인 스탬프가 비자를 대신하기 때문에, 당장 비자를 새로 받을 필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지에 체류하는 북한인들이 비자를 받기 위해 이민국 사무실에 줄을 서는 일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말레이 정부가 북한과의 비자 면제협정 파기를 선언하면서 그 사유로 '안보 위협'을 제시한 만큼, 앞으로 북한 주민의 말레이 비자 신청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은 크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말레이측의 일방적인 비자면제협정 파기에 똑같은 대응을 할 것이라는 현지 전문가의 관측이 나왔다.
말레이시아의 북한 전문가인 후추핑 굴립 케방산대 교수는 "말레이시아의 비자면제협정 파기에 대해 북한이 똑같이 응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보복은 말레이시아에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레이시아에는 광산 등에서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를 포함해 1천 명 가량이 체류하고 있으며, 양국 간 교역액은 대략 수십억 원 선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강철 주말레이 북한대사는 지난달 17일 밤 김정남의 시신인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 나타나 자신들의 반대에도 말레이 경찰이 시신 부검을 강행하고 한국 정부와 결탁해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그는 지난달 20일에는 말레이시아 외교부에 소환돼 비공개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을 자청, 말레이 경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북한 배후설도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에 대해 말레이 정부는 이후 강 대사의 경찰 수사 비난 발언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차례 경고했으며, 지난 2일에는 북한과 2009년 체결한 비자면제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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