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로 위기 탈출? 스캔들 궁지몰린 아베, 위기부각 '집중'

입력 2017-03-06 10:46  

北미사일로 위기 탈출? 스캔들 궁지몰린 아베, 위기부각 '집중'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발표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며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오사카 초등학교를 둘러싼 부인 아키에(昭惠) 스캔들에 쏠린 시선을 북한 미사일에 돌리기 위해 위기를 부각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아베 총리가 잇따라 기자들을 만나 정부의 입장을 신속하게 전달했다.

스가 장관이 이날 미사일 발사 사실 확인 후 1시간이 안 돼 기자들을 만난 데 이어, 곧바로 아베 총리가 기자들에게 위기 상황을 강조하며 북한에 강력하게 항의했음을 밝히고 나섰다.

아베 총리는 이날 9시께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 4발을 발사해 3발이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했다"며 "북한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아베 정권의 이 같은 신속한 대응은 최근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을 맡았던 오사카(大阪) 초등학교의 국유지 헐값매각 파문이 정권 차원의 스캔들로 번지는 가운데 나왔다.

연일 국회에서 아베 총리와 부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면서 내각 지지율이 주춤하는 위기 상황에서 위기를 강조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잡아 스캔들에 쏠린 일본 국민들의 눈과 귀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동안 내려올 줄 모르고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아키에 스캔들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4~2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천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 1월 조사 때보다 6% 포인트 낮은 60%였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발사는 북한이 새로운 단계의 위협이 됐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사태의 긴박함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위기 상황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긴밀하게 연대해 정보 수집분석을 하고 있다"고 힘을 주는 한편, 오사카 초등학교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얼버무렸다.

일각에서는 아베 정권이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역시 전쟁 가능한 나라로 나아가려는 야욕을 실현시키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정권은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국방력 증대에 이용해왔다.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방위비 예산을 5년 연속 증가시켜 2017년도에 사상 최대인 5조1천251억 엔(약 51조4천580억 원)으로 편성했다.

최근에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유지한 그간의 정부 원칙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우리나라를 우리나라가 지킨다'는 기개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기존 원칙을 고려하지 않을 계획을 분명히 했다.

마침 아베 총리는 5일 자민당이 당대회를 통해 총재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의 당 규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앞으로 4년 반 가량 더 집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권 연장이 시야에 들어온 상황에서 개헌을 통해 평화헌법을 바꿔 일본을 '전쟁가능한 보통국가'로 만들려는 욕심을 실현시키는 데 북한 미사일 실험을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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