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 횡령 스캔들' 피용 버티기로 분열되는 佛 보수 진영

입력 2017-03-06 10:46  

'세비 횡령 스캔들' 피용 버티기로 분열되는 佛 보수 진영

극우-중도좌파로 분화, 마크롱-르펜 어부지리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프랑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대선후보가 세비 횡령 스캔들에 따른 지지도 하락에도 불구하고 후보 사퇴를 거부하면서 프랑스 양대 정파 가운데 하나인 보수지지층의 전열이 흐트러지고 있다.

마치 한국의 탄핵정국과도 유사한 양상이다.

피용이 끝내 후보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돌입할 경우 보수지지층의 분열이 불가피하면서 극우와 중도좌파로 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죄우 양대 축을 중심으로 전개돼온 전후 프랑스 정치 지형도 개방과 폐쇄라는 노선 대립으로 새롭게 정립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분석기사에서 스캔들로 코너에 몰린 피용 후보가 사퇴 대신 소수 지지자를 바탕으로 버티기에 들어감으로써 보수 진영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도우파인 공화당 지도부가 급거 대책회의에 들어간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피용은 앞서 공화당 내 경선에서 알랭 쥐페 전 총리를 쉽게 이기면서 보수 진영의 큰 기대를 모았다.

유럽을 휩쓰는 포퓰리즘 와중에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보수파의 시각과 자유시장적 경제개혁을 혼합한 고전적 공약을 통해 프랑스 정치 전통을 지켜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그의 선거전이 스캔들로 휘청이면서 실망으로 변했다.

피용 후보는 당초 자신을 둘러싼 공금 횡령 스캔들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면 후보를 사퇴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약속을 저버리고 소수 당내 지지자들을 바탕으로 사퇴를 거부하는 한편 사태의 책임을 언론과 사법체계에 전가하고 있어 보수 진영 지지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특히 언론과 사법체계에 대한 공격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음모설을 시사함으로써 지지층을 양극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피용이 끝내 사퇴를 거부할 경우 지지후보를 잃어버린 보수 진영이 극우와 중도좌파로 각자도생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수 진영 내 강경파들은 극우로 선회해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 지지로 돌아서고 온건파는 중도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피용이 버틸 경우 오는 대선 결선에는 보수 분열의 어부지리를 얻은 마크롱과 르펜이 대결할 것이 거의 자명하다는 보수파의 우려이다.

보수계 싱크탱크 퐁다폴의 도미니크 레니에 소장은 피용이 언론과 사법 공격 등 음모설과 반체제 감정을 퍼트리면서 지지 유권자들을 극우로 향하게 하고 있다면서 보수 진영을 삼삼오오 분열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파리 정치대학의 브뤼노 코트레 교수는 마크롱과 르펜이 결선에서 맞붙을 경우 프랑스 정치지형에 대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기존의 좌우 진영 대립에서 보호주의와 국경통제 강화, 그리고 한편으론 개방정책 간의 대결로 변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축인 좌파 진영도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 대한 최악의 지지율과 함께 전통적 기반을 상실하면서 올랑드 정부 출신인 마크롱 쪽으로 기우는 상황이다.

위기에 봉착한 공화당이 100여명의 중진들을 급거 불러모아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상황은 덜 낙관적이다. 피용과 경합했던 쥐페 전 총리가 대체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71세의 쥐페 전 총리의 경우 이민 문제에 소극적인 데다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서는 너무 진보적이라는 당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누가 대체 후보로 등장하든 대선을 불과 7주 앞둔 현시점에서 피용 사태로 초래된 당내 분열을 수습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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